I 칼럼 論 I 전통시장 살리기 해법 가까이···지역 주민과 꾸준히 소통

불편해도 전통시장 찾을 이유 만들고 알려야
소통의 역할을 상인회가 맡고 정부는 현실적인 지원 해야
상인회가 마케팅 매니저 채용하고 소통과 이벤트 전담
레트로 감성의 종이쿠폰 이벤트로 핸드폰 번호 확보해 지속적으로 소통

신진욱 편집인 승인 2023.02.24 11:16 | 최종 수정 2023.06.15 22:14 의견 0

기자의 주말 취미는 부부동반 ‘전통시장 다니기’다. 집 근처에 있는 시장 3곳을 걸어서 돌아다닌다. 전통시장 애호가라 자부하지만 솔직히 쇼핑하기엔 대형마트가 더 편하고 쾌적하다. 할인상품은 마트가 더 싸다. 온라인 주문하면 새벽배송까지 해 준다.

전통시장은 이기기 힘든 경쟁 중이다. 온누리상품권이 아니었다면 많은 전통시장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매력, 경쟁력, 차별화 어느 것 하나 강점이 없다. 정부지원금으로 시늉만 낸 배송센터 앞에는 통로가 좁은 전통시장에서 무용지물인 쇼핑 카트가 방치돼 있다.

전국에는 1401개의 전통시장이 있고 점포수는 20만7145개에 달한다.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기관장들이 심심찮게 전통시장을 찾아 응원하지만 남는 건 보도자료와 사진뿐이다. 정부는 20년 넘게 전통시장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지만 뾰쪽한 수가 없다. 우는 아이 달래기에 급급하다. 생존을 위한 전략도 간절함도 부족하다. 50대 이상 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쇼핑 경로당’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남대문시장 ⓒ한국경영자신문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는 할 만큼 했다. 국민 혈세 수십억을 지원해도 이마트만큼 깔끔한 쇼핑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없다. 장보는 사람들이 비 맞지 않게 지붕 씌우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장사로 녹초가 된 상인들에게 마케팅 교육을 지원하는 책상머리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통시장 생존법은 간단한다. 시장과 주변 주민들의 연결이다. 불편해도 전통시장을 찾을 이유를 만들고 알려야 한다. 퇴근길에, 주말에 시장에 들러 찬거리를, 포장음식을 사게 만들 방법은 끊임없는 소통뿐이다.

지금까지 펼쳤던 수많은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장사하기 바쁘고 나이 많은 상인들에게 이것저것 직접 하라고 맡겨 뒀기 때문이다. IT에 익숙하지 않은 상인들은 포기하고 젊은 상인들만 참여하니 불만이 나오고 정책은 성과를 만들지 못한다.

소통의 역할을 상인회가 맡고 정부는 현실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수행하는 ‘시장경영패키지지원사업’이란 게 있다. 마케팅, 교육, 컨설팅을 지원하는 사업지원 패키지와 상인회 매니저와 배송서비스 인력을 지원하는 인력지원 패키지로 구성된 시장 경영 선진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혁신해 소통과 이벤트에 집중 지원할 것을 제안한다. 상인회가 마케팅 매니저를 채용하고 소통과 이벤트를 전담한다. 소통의 방법은 핸드폰 문자메시지부터 시작한다. 아무로 사용하지 않는 앱부터 만드는 건 낭비다. 그런데 문자 메시지를 보내려면 핸드폰 번호를 알아야 한다. 레트로 감성 이벤트를 진행한다. 물건을 사면 종이쿠폰을 증정한다. 쿠폰은 시장 점포들에서 정해진 물건으로 교환할 수 있다. 쿠폰을 사용할 때 전화번호를 쓰도록 유도한다.

주변 주민들의 핸드폰 정보가 모이면 주기적으로 시장 소식과 특가제품 정보를 문자메시지로 보낸다. 마케팅 매니저가 점포를 돌며 홍보를 원하는 제품을 취합하고 선별해 메시지를 보내고 효과를 측정한다.

관리도 힘들고 현금을 부담해야 하는 포인트 적립은 전통시장이 도입하기 어렵다. 단순하고 현실성 있는 시도부터 시작한다. 종이쿠폰 이벤트나 문자메시지의 효과가 입증되면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더 많은 소통수단을 만드는데 동참할 것이다. 그 단계가 되면 앱을 만들어 고객들을 세밀하게 관리하거나 비콘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한다.

보여주기식 정책과 지원금 ‘깜깜이’ 집행으로는 전통시장을 살릴 수 없다. 쇼핑 혜택을 만들고 계속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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