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만든 권도형 몬테네그로서 붙잡혀

한 때 가상자산 시가총액 세계 6위에서 -99.999% 폭락
미국이 우리나라에 앞서 범죄인 인도 청구

신진욱 편집인 승인 2023.03.30 13:17 | 최종 수정 2023.05.13 18:44 의견 0

우리나라에서만 28만여 명이 투자했다는 가상화폐(코인) 테라·루나. 폭락 직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3일 몬테네그로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으로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검거됐다.

권도형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위조여권 소지 혐의로 체포되고 있다. 블룸버그크립토 트위터 캡처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첫 수사 대상으로도 삼았던만큼 우리나라 검찰은 권 대표의 한국 송환을 강력하게 요청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몬테네그로 당국은 "미국이 한국보다 먼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테라와 루나가 서로 시세를 조정하는 알고리즘에 기반한 스테이블 코인이다. 알고리즘의 안정에 대한 믿은과 테라를 예치만 하면 이자를 연 20% 주는 유인책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 때 시가 총액이 55조 원에 가상자산 6위에 오를 만큼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최고가는 작년 4월 4일 13만7479원으로 수익률 3만1169%를 기록했다.

테라 트위터 캡처


하지만 2022년 5월 6일 오전 82.58달러(약 10만2000원)였던 루나는 딱 일주일만인 5월 12일 오후 0.08달러(약 99원)로 떨어졌다. -99.999%라는 기록적 폭락이었다. 테라가 먼저 무너지고 테라와 알고리즘으로 연동된 루나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테라와 루나 모두 패닉셀(공황매도)이 발생했다.

3월 30일 오후 12시 45분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테라 차트 캡처

테라가 폭락한 이유는 뭘까?

투기세력의 공매도(실제 보유하지 않은 코인을 빌려 팔고 가격이 떨어지면 사서 갚는 투자기법)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권 대표와 자금줄이었던 헤지펀드가 짜고 의도적으로 가격을 폭락시켰다는 음로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20%의 이자를 지급하면서 축적된 부실을 감지한 대형 투자자들이 일시에 테라를 투매하면서 루나가 테라의 가치를 안정적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게 폭락의 근본 원인이다.

권도형 대표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했다. 지난 2018년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와 함께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 '테라폼랩스'을 창업했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고 한국에는 '테라폼랩스코리아'라는 지사만 있었지만 작년 4월 30일 문을 닫았다.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전 대표는 오늘 두 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거짓으로 차이코퍼레이션의 테라·루나 블록체인 도입을 홍보해 여러 벤처캐피털(VC)로부터 약 1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혐의다. 일반 투자자 모르게 사전 발행된 가상화폐 루나를 보유하다가 고점에서 매도해 14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권도형 대표가 비트코인 1만개, 한화로 약 3200억원 가량의 돈을 빼돌렸고 그 중 1300억원을 스위스 은행계좌로 이체한 뒤 현금화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외도피 중 VIP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 현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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