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칼럼 論 I 유통규제 10년, 상생 해법은 시대에 맞는 규제와 지원의 공존

10년 된 유통규제, 소비 트렌드에 맞게 개정해야
온라인 쇼핑몰은 전통시장 코너를 의무화해 상생 유도
식자재마트는 사업자만 구매 가능하게 규제 필요
의무휴업은 유지하되 휴무일은 마트 자율 결정으로 완화하는 게 해법

신진욱 편집인 승인 2023.04.22 11:17 | 최종 수정 2023.06.15 22:11 의견 0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1일 “10년 지난 낡은 유통규제, 대형마트,전통시장 모두가 패자”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유통학계 전문가 108명에게 물었더니 70.4%가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에 손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는 전통시장과 경쟁관계가 아니며 대형마트 규제로 이익을 본 건 전통시장이 아니라 오히려 온라인과 식자재마트라는 것이다.

이마트 김포 구래점

유통전문가라는 조사대상자는 유통물류관련 4개 학회(한국유통학회, 한국소비자학회, 한국프랜차이즈학회, 한국로지스틱스학회)의 교수와 박사과정 학자들이다.

19일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유통학회와 공동으로 '유통규제 정책평가와 유통산업 상생발전 세미나'를 열었다. 참석자 모두 규제 무용론을 펼쳤다. 효과 없는 규제로 소비자 불편을 가중하지 말고 중소 유통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의 눈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의 한계와 의도가 또렷이 보였다.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과학적 분석이 아니다. 소위 전문가들 대상의 설문조사로 원하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주장이 신뢰성을 가지려면 최소한 대형마트가 쉬는 일요일과 영업하는 일요일의 주변 전통시장 매출액 변화 추이 자료 정도는 제시 했어야 한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모두 매출 점유율이 떨어졌으니 규제는 필요 없다는 결론은 비약이고 빈약하다. 대기업이 죽게 생겼으니 전문가들도 효과 없다는 규제를 당장 없애자는, 대기업 살리기로 읽힌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는 2012년 만들어진 유통산업발전법이 규정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SSM(기업형슈퍼마켓)은 월 2일 공휴일에 휴업해야 하며,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허용되지 않는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전통시장 살리기에 실제 효과가 있는지 논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형마트 업계는 규제가 시작되자 영업제한 폐지를 위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잇달아 냈다. 하지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모두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의 합법성과 합헌성을 인정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보면 “대형마트 등과 중소 유통업자들의 경쟁을 형식적 자유시장 논리에 따라 방임한다면 유통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 질서가 깨어지고, 다양한 경제주체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시장 기능의 정상적 작동이 저해되며, 중소상인들이 생존 위협을 받는 등 경제 영역에서의 사회정의가 훼손될 수 있으므로, 국가는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따라 이에 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기자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에서 유통규제 논쟁의 해법을 찾고자 한다.

상생의 해법은 규제와 지원의 공존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완전한 경쟁은 상생이 아닌 독식을 가져온다. 상생을 유도하는 규제와 현실적인 지원이 합쳐졌을 때 상호공존할 수 있다. 삭발식과 대화가 불가능한 무조건 반대를 끝낼 수 있다.

무엇보다 유통산업발전법을 소비 트렌드에 맞게 개정해 온라인쇼핑몰과 식자재마트에 대한 영업규제를 신설하고 상생을 의무화해야 한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 규제도 시대상황에 맞춰 바꿀 필요가 있다.

온라인 쇼핑몰 안에 전통시장 코너를 의무화한다. 회원이 로그인하면 배송지 주변의 전통시장 코너가 자동으로 노출된다. 정부는 전통시장 상인회의 마케팅 매니저 채용을 지원해 매니저가 상점과 상품을 쇼핑몰에 등록하고 업데이트하는 일을 도맡아 처리한다. 온라인몰은 ESG경영을 할 수 있고 전통시장은 홍보와 매출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식자재마트는 주변 상권에 있는 식당 등에 식자재 등을 납품하는 도매업이지만 일반 소비자도 이용할 수 있다. 출점거리제한 적용 대상도 아니다. 기자가 즐겨 다니는 전통시장에도 겨우 150미터쯤 되는 시장 양 끝에 식자재마트가 있다. 식자재마트에 대한 규제는 시급하다. 사업자만 이용 가능하도록 제한이 필요하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식자재마트에서 구매하도록 바우처를 제공해 상생과 공존을 유도한다.

작년 12월 28일 정부와 상인단체들이 체결한 협약으로 대형마트는 의무휴무일에도 온라인배송이 가능해 졌다. 온라인몰과의 경쟁에 맞설 무기를 확보한 셈이다. 대형마트 스스로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분위기니 영업시간 제한은 실효성이 없다. 의무휴업일 규제는 당장 없애기 보다 휴무일을 대형마트 스스로 정할 수 있게 완화하는 게 해법이다. 의무휴업이 대형마트 생존에 결정적인 위험요인이라는 객관적인 데이터 수집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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