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인터뷰 I '지구자판기'로 '사라나지구'를 외치는 24살 청년 CEO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소셜벤처로 성장할 것"
청년들에게 창업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어른들에 따끔한 일침도

신진욱 편집인 승인 2023.01.30 09:00 | 최종 수정 2023.06.15 22:04 의견 1

【편집자 주】좋은기업’으로 성장해 미래를 주도할 여성 경영자 100인을 릴레이 인터뷰하는 창간특집기획 ‘100인 미녀’. 옹골지게 사업체를 키워가고 있는 여성 경영자의 도전과 성공, 가끔은 실패했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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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 미녀’ 여섯 번째 주인공은 1호 인터뷰이 컷더트래쉬 임소현 대표가 추천한 ㈜사라나지구 서사라 대표(24)다.

‘사라나지구’는 2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리필 자판기를 만들고 설치해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회사다. 샴푸나 세제 플라스틱 용기는 90% 이상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주)사라나지구 서사라 대표가 '지구자판기'에서 판매하는 100% 재활용 가능한 세제 용기를 들고 있다. ⓒ신진욱


“100인 미녀는 인터뷰이가 다음 인터뷰 대상자를 릴레이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목해서 릴레이로 인터뷰하는 형태가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니 대표님은 내츄럴 본 환경운동가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샴푸 리플 매장이 너무 멀어서 한 달 동안 물로만 머리를 감았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고 충격과 진심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 때 경험이 리필 매장의 한계를 없애고 접근성이 높은 24시간 리필 자판기를 만들게 된 원동력이 됐죠.”

“부모님께서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지구를 살아나게 만드는 일을 하리라 예견하고 '사라'라는 이름을 주셨네요.”(같이 웃음)

◇ 창업이야기

“대표님 회사소개를 듣고 놀란 게, 저도 매주 열심히 분리배출 하는데 실제로는 90% 이상 재활용이 안 된다니, 그렇다면 국민들이 노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맞아요. 저도 용기를 매번 씻어서 분리수거함에 버렸어요. 그런데 그게 의미가 없단 걸 알게 됐죠.”

“왜 재활용이 안 되는 거예요?”

“용기에 색깔이 있거나 여러 재질로 섞인 용기는 재활용이 안돼요. 용기에 프린팅 돼 있어도 안 되고, 내용물이 남아 있는 것도 재활용할 수 없어요. 펌프 안에는 스프링이 있어서 재활용 안돼요.”

패트병이 자연 분해되려면 500년이 걸린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연간 29만톤에 달하는 버려지는 패트병 중 약 10%인 2만8000톤만 재활용된다.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안하고 있나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2022년 3월에 입법예고 됐었지만 재활용 안되는 용기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집단 반발해 플라스틱 용기 관련 조항이 빠졌어요.”

당시 생산원가 상승을 이유로 중소기업단체들이 강력 반대했고, 산업통장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도 법률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환경보호에 열정적인 것과 환경 관련 사업을 하는 건 분명 다른데 언제 환경분야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나요?”

“사업에 대한 꿈과 환경에 대한 생각이 그냥 따로 있었어요. 별개로 존재했죠. 그런데 어느새 그 둘이 자연스럽게 합쳐졌어요.”

“저의 궁극적인 꿈은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 사람들을 살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어요. 그 꿈을 위해서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여기저기 많이 기웃거렸죠. 약대, 변리사, 기술 고시 등등. 그러다 소셜 벤처라는 개념을 알게 됐어요. 사업으로 세상에 뭔가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소셜 벤처라는 걸 알고 소셜 벤처 창업가가 되겠다는 꿈이 생겼고 그때부터 계속 창업 공부를 했어요.”

“제가 환경에 관심이 많았으니까 보이는 사회 문제가 자꾸 환경쪽이었죠. 그러다가 리필 스테이션을 자판기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원래 있던 사업에 대한 열망에 아이템이 생기자마자 사업을 시작했죠.”

“환경 중에서도 리필 자판기가 떠오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리필 스테이션을 일 년 넘게 이용했어요. 그런데 집에서 매장까지 왕복 2시간이 걸렸어요. 너무 불편했죠. 그 때 류준열 배우님의 용기내 챌린지 영상을 보고 어디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갑자기 자판기가 떠올라 그럼 리필 자판기를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했어요.”

대기업과 정부는 자본주의 논리를 앞세워 외면하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지구를 살리겠다는 신념 하나로 대학교 신입생 서사라는 도전을 시작한다.

“창업에 대한 강한 열정이 원래부터 있었고 자판기라는 아이템도 찾았지만 막상 창업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창업 아카데미도 수료하고 대전에서 일주일 동안 합숙교육도 받았어요. 동아리에서 창업을 해보기도 했고요. 창업에 대해서 얕게 아니까, 오히려 잘 몰랐으니까 자신감 하나로 창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잘 알았다면 못했을 거예요. 진짜 지금 이 모든 걸 알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창업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창업은 언제 한 거죠?”

“2020년 9월에 첫 리플박스를 만들었고 사업자등록은 2021년 10월에 했어요.”

2020년 9월 서사라 대표가 처음 만든 '지구자판기'. '사라나지구' 제공


법인전환을 마쳤고 예비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특허도 등록을 앞두고 있다.

“창업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이었나요?”

“힘든 게 진짜 많았는데, 힘듦의 깊이가 점점 깊어지는 것 같아요. 가장 최근에 느꼈던 힘듦이 제일 큰 힘듦으로 느껴집니다. 사업 방향성도 괜찮은 것 같고 사람들도 괜찮다고 말하고 사업에 대한 확신은 점점 생기는데 제 자신이 사업이 성장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힘들었습니다.”

“이 사업은 누가 하든 오래 버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이걸 끝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사업이 성장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거예요.”

“확신이 점점 강해져야 된다는 생각부터 버리세요. 확신이 줄어든 게 아니라 원래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맹목적이었던 확신이 점점 현실을 알아가는 과정인 겁니다. 과거의 확신은 현실에 발을 딛지 않은 믿음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가져야 되는 확신이 현실성 있는 확신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혹시 공동 창업자가 있나요?”

“아니오, 없어요. 그래서 더 힘든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계속 팀원이 바뀌는데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게 어려워요.”

“코파운더가 있으면 트러블 때문에 힘들고 없으면 혼자라 힘들어요.”

“대표님 전공이 화학공학인데 머릿속에 그린 자판기가 상용화된 제품으로 나오려면 실력 있는 공동창업자 CTO가 있으면 좋긴 하겠네요.”

“소프트웨어는 몰라도 하드웨어는 대학생이 학부에서 공부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어차피 CTO를 찾았더라도 같은 대학생이었을 텐데 차라리 없는 게 나았다는 생각을 해요.”

◇ 현재 경영 이야기

“지금 ‘지구자판기’ 한 대를 제작했고 다음 버전 ‘지구자판기’를 제작 중이라면서요?”

“네, 하드웨어는 다 나왔고 소프트웨어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서 대표는 ‘지구자판기’ 1호를 만들 때 제작업체를 백방으로 찾아 다녔다. 우리나라에는 자판기를 직접 제작하는 업체가 없다. 모두 중국에서 OEM 제작한다. 자판기 업체 중에는 그가 원하는 리플 자판기를 만들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결국 전기차 센서를 만드는 업체에서 1호 자판기를 제작했다.

‘지구자판기’ 1호는 고객이 용기를 가져와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주방세제를 담고 결제하는 방식이다. ‘지구자판기’에서 판매하는 세제는 완전 친환경 제품이다. 주방세제는 꽃마리 협동조합이 만든 제품이다. 모든 원료가 제주도에서 나는 천연재료다. 세탁세제는 노닐드 제품이다. 신생아 옷을 빨 수 있을 정도로 친환경적인 제품이다.

'지구자판기' 1호. '사라나지구' 제공


'지구자판기' 2호는 리플 제품 가짓수를 늘리고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다.

“사업이 10단계까지 있다면 지금 몇 단계라고 생각하나요?”

“5단계까지 왔다고 생각하고 보면 사업의 단계가 15로 늘어나 있는 느낌이에요. 계속 나는 10단계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단계쯤 가보면 10단계에서 끝나지 않는 게 사업인 것 같아요. 3단계 이상은 유지하려고 노력하죠."

“‘지구자판기’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지구자판기’를 이용해야 되잖아요. 사람들이 ‘지구자판기’를 계속 이용할 거라는 확신이 있나요?”

“네, 대방역에 1년 동안 ‘지구자판기’를 설치해 놓고 사람들 얼마나 사용하는지 데이터를 수집했는데 실제로 한번 이용한 사람들이 꾸준히 이용합니다. 한 번 리필 문화를 접하고 리필 습관이 들면 계속 올 거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구매자가 '지구자판기'에서 세제를 리필하고 있다. '사라나지구' 제공


“그리고 환경 행사나 캠페인을 하고 있거든요. ‘지구자판기’를 이용한 체험교육을 원하는 곳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뭐죠?”

“‘지구자판기’를 가져가 리필 체험, 교육, 강의를 하고 있어요. 초등학교 환경교육 세션에 ‘지구자판기’를 체험하고 왜 리필 해야 되는 지, 제로 웨이스트가 뭔지를 패키지로 교육해요.”

‘제로 웨이스트’란 제품의 모든 것을 쓰레기로 버려 소각하지 않고 재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환경보호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모든 연령대, 다양한 기관, 단체, 기업에 존재해요. 교육 수요가 많아서 올해는 지국자판기를 트럭에 설치하고 제로 웨이스트 체험 프로그램으로 전국일주하는 게 목표 중 하나예요.”

체험 프로그램 매출은 회사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구자판기’를 업그레이드하고 어플리케이션까지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돌발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대표님은 스스로를 환경운동가라고 생각하나요 경영자라고 생각하나요? 교육이나 체험 프로그램에 집중하다 보면 기업이 아닌 환경단체라는 생각이 드는 혼돈 같은 게 있지 않나요?”

“완전 있었어요. 21년 말부터 22년 초까지 나는 환경 운동가인가 사업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을 진짜 많이 했어요. 그때는 한창 환경 캠페인을 많이 했었고 저희에게 의뢰 들어오는 것도 환경운동가의 역할이 많았어요.”

“소셜벤처가 과연 정말 자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사실 1세대 사회적기업들을 봤을 때 제품의 우수성이나 서비스보다는 사회적기업이니 비싸도 우리 제품을 사줘야 한다였어요. 그건 결국에는 한계가 뻔히 보이는 방식이잖아요.”

“저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도 지속 가능하고 자생할 수 있다는 것을 ‘지구자판기’의 생존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그걸 통해서 투자사들도 소셜벤처에 더 많이 투자하게 되고 저 같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꿈을 꾸는 학생들도 늘어날 거라고 믿습니다. ‘지구자판기’를 통해 그런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환경운동가와 경영자 사이에서 느꼈던 혼란을 현명하게 정리하고 자생력 있는 소셜벤처 CEO가 되겠다는 결심을 응원합니다. 결국 대표님의 창업가 정신이란 사회적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비싼 가격에 사줘 연명하는 게 아니라 사업 자체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는 소셜벤처를 만들어보겠다는 도전정신이네요.”

서사라 대표가 '사라나지구' 경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진욱


“대표님은 공대생이니 회사를 경영하는데 객관적 데이터를 중시하겠죠. 하지만 실력과 능력이 뛰어난 CEO들이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운이나 타이밍, 인맥이 사업 성공에 더 중요하다는데 동의하나요?”

“저도 그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지구자판기’도 럭키 포인트가 엄청 많았고,그런 기회들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생겼습니다. 맨 처음 B2C사업에 주력했지만 사업이 계획했던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잖아요. 의도하지 않았던 기회가 생기거나 좋은 사람이 연결되면 그걸 타고 방향이 달라진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지금은 B2B나 B2G 매출이 더 많거든요. 데이터만으로는 측정이 불가능한 것 같아요.”

“길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경영하시면서 기뻐서 눈물을 흘렸을 때와 슬퍼서 눈물을 흘렸을 때가 언제였나요?

“아직까지 기쁨의 눈물을 흘려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기쁘면 눈물이 안 나고 그냥 웃기만 하거든요. 슬픔의 눈물을 엄청 많이 흘렸어요. 가장 생각나는 건 작년에 사무실이 안산이었는데 출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거예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뭔가 굉장히 버겁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팀원이 없었는데 뽑는 것도 두렵고, 그런데 해야 될 일들은 엄청 많고…”

지금은 팀원 한 명이 있고 2월부터 한 명 더 출근한다. 직원들은 영역을 나눠 업무분장을 명확히 할 계획이다. 한 명은 환경교육과 행사전담, 다른 한 명은 ‘지구자판기’ 키오스크와 어플리케이션 기획을 담당한다. 앱에는 ‘지구자판기’가 설치된 위치지도와 포인트 적립, 선물하기 기능을 넣고 회원관리를 통해 데이터를 쌓고 광고를 유치하는 게 목표다.

“혹시 특허가 있나요?”

“자판기를 통한 세제 리필 시스템으로 특허 출원했습니다. 한 번 반려됐는데 보완해 곧 등록될 겁니다.”

“지하철 안에서 울었던 그때가 사업의 슬럼프였겠죠? 어떻게 극복했나요?”

“시간이 지나서 더 이상 슬픔이 남지 않을 때까지 그냥 계속 슬퍼하다 보면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되더라고요.”

“경영자로서 스트레스는 없나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고 힘쓰기 보다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뭘까 생각해요.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스트레스가 될지 그냥 내가 해결해야 될 일이 될지 달라지는 거잖아요. 근데 이제 어느 정도 발생한 사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어떤 게 문제가 돼 내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는가를 오래 생각하다 보면 해결이 되는 것 같아요."

“특별히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있나요?”

“조용히 책 보고 글 쓰는 걸 좋아해요. 글을 쓰면 스트레스의 원인인 나의 상태를 계속 생각하는 시간이 돼 스트레스를 푸는데 도움이 되죠.”

“액티브한 활동은 별로 좋아하지 않나요?”

“좋아하는데 그런 걸로 스트레스 푸는 건 그냥 순간인 것 같아요.”

사업이 성장하고 직원이 늘어나면 스트레스 강도도 더 커질 건데 그때도 그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계속 효과가 있길 바란다.

◇ 직원 이야기

“채용 면접을 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나요?”

“저는 지원자가 우리회사에서 뭘 얻어갈 수 있는지를 봐요. 그 사람이 여기에 오는 것도 니즈가 있어서고 제가 그 사람을 뽑는 것도 니즈가 있어서잖아요. 그 니즈가 서로 같은 방향이거나 맞을 때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월급을 더 많이 주거나 복지를 빵빵하게 해주는 게 안 되니까 이 사람이 ‘사라나지구’를 통해서 얻어갈 수 있는 성장을 제일 크게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예 물어봐요. 여기에서 얻고 싶은 게 뭐냐고. 그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거면 그때부터 진지하게 면접합니다.”

“지금까지 면접하면서 그렇게 서로의 니즈가 맞는 사람이 있었나요?”

“네, 많이 있었어요. 다 성장하고 싶고 뭔가 경험하고 싶고 이런 사람들이 많이 지원을 해요. 지금 직원도 딱 거기에 맞았고요.”

“적은 인원이 많은 일을 하려면 그 분야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나이가 어리면서 경험도 있는 그런 사람을 찾는 게 어렵지 않나요?”

“그런 사람은 진짜 찾기 힘들죠. 창업 초기에는 진짜 그냥 열정만 보고 뽑았었는데 그건 아니라는 걸 경험했어요. 그래서 이젠 포트폴리오를 보고 기본 실력은 체크합니다.”

“저도 사회생활 안 해보고 스타트업 시작한 입장에서 오히려 그냥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저희에게는 더 필요한 모습인 것 같아요. 저도 잘 모르기 때문에 우리회사는 약간 무모해 보일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도전하거든요. 그런데 무모한 도전이라 안될 것 같지만 지나보면 돼 있어요.”

“저는 회사를 운영하는 데도 이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내가 잘 모른다는 스탠스로 배우려는 마음이 있으면 한번 해보고 안 된다가 아니라 막 이것저것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보게 돼요.”

“나이가 비슷하고 대표와 직원 모두 Z세대라 좋은가요?”

“사실 좋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뭐 겉으로는 너무 즐겁고 사이 좋게 보이지만 나이가 비슷하고 수평적이다 보니 대표인 제가 내린 결정에 감정적으로 반대하는 직원도 있었어요.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정말 전문적인 인력이 들어올 텐데 Z세대가 그만큼 성장하고 융화될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특별한 직원 보상정책이 있나요?”

“직원들과 나중에 다 같이 인도로 여행 가자는 얘기를 했어요.”

공정하고 적절한 보상은 긍정적인 회사문화를 만들고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동기부여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스톡옵션이나 성과급 관련 규정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창업 초기부터 적절한 보상 규정을 마련할 수 있게 정부가 HR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직원과 잘 안 맞거나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럴 경우 어떻게 관리 하나요?”

“지각이 잦고 시킨 일도 제대로 안 하는 직원이 있었어요. 대화도 많이 하고 참았는데 바뀌질 않아 이렇게 할 거면 나가라고 했죠. 그 일이 있고 태도가 바뀌었어요. 나중에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일 하면서 엄청 눈치를 많이 봤다고요. 대표라면 직원이 개인적인 일이 있고 입대를 앞두고 힘든 시기였다는 걸 눈치챘어야 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표님은 직원들에게 어떤 CEO가 되고 싶나요?”

“엠와이소셜컴퍼니 김정태 대표님 같은 CEO가 되고 싶어요. 그 회사와 같이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직원들에게 대표님은 어떤 분이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겸손의 끝판왕이라고 하는 거예요. 겸손해서 직원들이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니라 탁월한 능력과 성실함을 갖췄는데 겸손하기까지 해 직원들이 진심으로 존경하는 겸손함이라고 하더군요.”

◇ 경영철학과 미래 이야기

“요즘 ESG 경영이 화두죠. 대기업이나 수백억 투자 받은 유니콘 정도돼야 가능하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는 사치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ESG 경영은 중소기업에게는 사치다 vs 필요하다, 대표님 생각은?”

“저는 무조건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작은 기업이 힘든데 어떻게 ESG 경영까지 신경을 쓰냐고 할 수 있지만 ESG 영역이 무너지면 바로 기업의 리스크가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회사 경영의 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해야 합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CEO라면 가져야 되는 기본적인 덕목은 무엇인가요?”

“덕목이라고 하니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네요. 첫째, 나에 대한 이해, 둘째, 내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 지 명확히 아는 것, 셋째, 직원들에게 베풀기, 이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을 했던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이것 만큼은 바꾸고 싶다는 게 있나요?”

“저는 아무것도 없어요. 왜냐하면 지금 ‘지구자판기’의 모습이 제가 시작했을 때 생각했던 모습이랑 너무 달라요 그리고 여기까지 온 과정도 계획과 많이 달라요.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걸 보면 뭘 바꿔 시작하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획은 하겠지만 딱 틀을 정해두고 사업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상상한 거 이상의 결과물이 나올 걸 아니까요.”

“스타트업의 강점이 유연한 피봇이라고 얘기하잖아요. ‘지구자판기’라는 사업이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 든다면 피벗 vs 기존사업 유지, 둘 중 어느 쪽인가요?”

“완전히 방향을 틀 겁니다. 그래서 법인명을 ‘지구자판기’가 아니라 ‘사라나지구’로 했어요. 우리회사의 비전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줄어드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비전을 이룰 수 있다면 어떤 사업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한우물만 파겠다, 아니면 사업을 다각화하겠다 중 어느 쪽인가요?”

“저는 다각화를 좋아하는 성격인 것 같아요. 여러 군데 파고 다니는 성격이에요. 하지만 이건 취미가 아니고 사업이니까 성과가 나올 깊이까지 파고나서 다른 것도 파고 할 겁니다. 하나를 확실히 파 금을 캐고 그걸 마중물로 다른 우물을 파는 전략입니다.”

“스타트업은 어느 회사나 자금 걱정을 하게 마련입니다. 정부지원사업이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어느 순간 정부지원금으로 연명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이 들죠. 자생력을 키울 방법은 뭔가요?”

“환경 행사와 광고가 새로운 BM입니다. 자판기 모니터에 광고를 띄울 건데 광고단가를 높이기 위해 소비자 데이터를 쌓을 겁니다. 행사와 교육을 전담할 직원이 월급 이상의 순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목표입니다. 투자를 받는 것도 어차피 남의 돈이잖아요. 투자를 받더라도 우리가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라나지구'가 KT그룹에서 환경보호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라나지구' 제공


“계획이 다 있군요.”

“’사라나지구’가 유니콘 기업이 됐을 때 하고 싶은 일 1순위는?”

“기후 위기가 지구적 불평등 낳는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냉난방되는 사무실과 집에서 살지만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이 기상이변을 가장 피부로 느끼고 고통받죠. 우리의 과소비로 가장 고통받는 아프리카 같은 곳에 지원을 하고 싶어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1순위로 하고 싶은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창업의 선배로서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창업 하려면 이거 하나만은 꼭 기억해라 조언한다면.”

“창업을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창업은 정말 많이 생각해 보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창업으로 잃게 되는 기회비용을 냉철하게 계산해 보고 뛰어들라고 말하고 싶어요. 일단 시작하면 아깝다는 생각에 망해가는 창업인데도 계속 붙들 게 되잖아요.”

“대학에 수많은 창업수업이 있어요. 제가 창업을 꿈꾸기 시작한 2018년보다 지금 더 많이 창업을 지원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진짜 너무 무책임한 어른들이라고 생각해요. 창업해 본 적도 없는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창업해라 그러는데 진짜 많이 힘든 걸 왜 자꾸 하라고 부추기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서 대표의 일침은 정확하고 매서웠다. 아빠뻘인 기자는 미안했다. 기성세대는 Z세대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입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외치지만 자기 지갑, 자기 자식 챙기기에 바쁘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지도 못하면서 충고랍시고 창업을 권유한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꼰대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실패는 값진 경험이라며 무모한 도전을 계속 부추긴다.

‘지구자판기’가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퍼져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지구를 되살리겠다는 서사라 대표의 꿈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 ‘사라나지구’가 지속가능한 자생력을 갖춘 단단한 소셜벤처로 성장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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