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칼럼 論 I 정부 창업지원사업, 스타트업 팀빌딩에 포커싱하자

스타트업은 팀빌딩에서 출발
강력한 창업팀이 스타트업 성공 확률 높이는 보증수표
정부는 '창업팀빌딩'이라는 결혼을 성사시키는 중매쟁이 돼야

신진욱 편집인 승인 2023.01.29 14:03 | 최종 수정 2023.06.15 22:18 의견 0

스타트업은 팀빌딩에서 출발한다. 수익 극대화의 비즈니스 기회를 찾았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의기투합한 공동 창업자들이 스타트업을 만들고 성공을 일궈낸다. 각자 전문분야를 맡아 경영전략을 짜고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VC가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은 사업 아이템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팀구성이다. 창업팀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경험치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템이나 BM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벤처기업의 무기인 유연한 피벗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능력을 갖춘 팀에 투자한다.

우리나라 창업의 문제점

우리나라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취업이 안된다고 창업한다. 정부지원으로 창업하고 적당히 운영하다 안되면 접고 재창업으로 또 지원받는다. 많은 경영자들이 스타트업 CEO놀이에 빠져 있다.

올해 정부는 창업지원사업에 3조 6607억원을 쓴다. 103개 기관이 426개 지원사업을 펼친다. △신산업·신기술 창업 △글로벌 창업 △청년 창업 △지역 창업이 4대 추진전략이다. 꿈 같은 말잔치다. 창업의 현실을 모르거나 무시한 전시행정이다. 창업지원사업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성과지표)가 있기나 한건지 궁금하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728만개다. 74.4%가 1인 기업이다. 정부는 1인 창조기업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창업을 부추겨 왔다. 벤처는 원래 실패에서 배우고 끊임없이 재도전하는 거라며 실패를 당연시하고 미화한다.

1인 창업의 이유

혼자 창업하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공동창업자를 찾기 어렵다. 예비창업자가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의기투합하기란 불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이 회사는 ‘다내꺼’라는 과욕이다. 내 아이디어니 내가 전부 갖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혼자 창업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대박환상’에 빠져 있다. 이런 아집에 사로잡힌 사람은 스타트업을 창업할 자격이 없다.

정부 창업지원사업 혁신 방향

강력한 팀빌딩이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따라서 정부가 할 일은 명료하다. 예비창업자들이 최적의 팀빌딩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 만들어지도록 팀빌딩부터 유도하고 지원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자 정책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대한민국 예비창업자라면 매일 접속하는 ‘창업지원포털’이 팀빌딩 네트워크 역할을 담당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대통령조차 감탄할 만큼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는 AI기술을 접목하면 수백만 예비창업자나 초기창업자를 정밀하게 매칭해 강력한 창업팀을 구성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글로벌 투자사들이 이미 도입해 성과를 내고 있는 컴퍼니빌딩 시스템과 노하우를 정부의 창업지원사업에 즉각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1인 스타트업은 정부지원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창업팀도 직원도 없는 1인 기업이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을 받을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건 기적에 가깝다. 기적이 일어날 거라는 착각에 국민세금을 쏟아붓고 있다.

창업은 행정업무가 아니다. 전략수립, 상품 기획,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경제 생명체를 창조하고 키우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홀로 질주하다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팀을 짜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고 달려야 한다. 정부는 '창업팀빌딩'이라는 결혼을 성사시키는 중매쟁이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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