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노조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은 불법"

취업규칙 작성 및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해 왔던 기존 판례 변경

신진욱 편집인 승인 2023.05.15 12:27 | 최종 수정 2023.05.15 13:56 의견 0

대법원 대법정 전경. 대법원 홈페이지 캡처

대법원 전원 합의체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을 침해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11일 대법원 판결로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하여 근로자에게 기존보다 불리하게 근로조건을 변경하였더라도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적용을 인정한 종래의 대법원 판례가 모두 변경됐다.

지난 2004년 7월부터 주40시간 주 5일근무제가 시행되자 현대차는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해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고 연차휴가에 25일의 상한을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당시 현대차는 간부사원의 동의서만 받고 노조 동의를 받지 않았다.

사측의 취업규칙 변경에 일부 간부사원이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이 무효라며 2004년부터 지급받지 못한 연월차휴가수당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취업규칙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있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더라도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7:6 의견으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관 6명은 종전 판례는 대법원이 오랜 기간 그 타당성을 인정하여 적용한 것으로 현재에도 여전히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존 판례를 부인한 대법원에 유감”이라며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집단적 동의가 없어도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토록 법제도가 신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반면 한국노총은 “대법원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을 폐기하고 새 판례를 세운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항력이 약한 개별 노동자를 움직여 노조를 무력화하고 근로조건을 개악하려는 일체의 시도가 종식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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