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법원은 쏘카 이재웅 전 대표와 VCNC 박재욱 전 대표에 대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4년 동안의 법정 공방은 검찰의 완패로 끝났다. 대법원의 무죄 판결은 이미 정해진 결론이었다. 검찰은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고 1, 2심 재판부는 연달아 두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타다’ 사건은 한국에서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정부는 창업 생태계 조성, 스타트업 지원, 혁신산업 육성을 입에 달고 살지만 행동하지 않는다. 국회는 여야 막론하고 스타트업 대표의 어깨 두드리며 격려하다 기존 업계가 반대하면 바로 태세 전환한다. 검찰은 법리보다 정무적 판단에 휘둘려 공소권을 남용한다. 대한민국은 스타트업이 사업하기 가장 힘든 나라다.
기자도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심야 버스 서비스를 신사업 아이템으로 기획하고 추진하면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기분을 매일 느꼈다. 법적 근거가 있어도 기존 업계는 무조건 반대한다. 공무원은 귀찮아 하고 엮이기 싫어한다. 시작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이 스타트업을 질식사 시킨다.
이번 재판은 택시업계가 '타다 베이직'을 서비스한 VCN와 쏘카를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타다 베이직은 스마트폰 앱으로 운전기사를 포함한 11인승 승합차를 빌려 이용하는 서비스였다. 택시업계는 이를 '불법 콜택시' 영업이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타다 베이직이 자동차운수법상 불법이라 보고 이재웅 쏘카 전 대표와 박재욱 브이씨엔씨(VCNC) 전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의 법적근거는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릴 땐 운전기사 동승이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이 담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18조(2021년 4월 삭제)다. 타다는 서비스 런칭에 앞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국토부가 문제없다는 답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비스가 시작되자 택시업계는 강하게 반발했고 2020년 4월 총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은 타다 서비스의 법적 근거를 아예 없애 버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밀어붙인다. 언론조차 타다금지법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당시 여당은 법 개정 이유가 운수사업 발전과 신규 사업자들의 시장진입을 돕기 위해서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주도한 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입법 과정에서 공정위는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고, 같은 당 의원 일부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박 의원이 강하게 밀어붙여 결국 2020년 3월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한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반대하지 않았다. 이재웅 전 대표는 개정안이 통과되자 쏘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타다 베이직' 운영 중단으로 1만 2000명의 운전기사가 일자리를 잃었다.
대법원의 무죄 판결이 나오자 박홍근 의원은 지난 5일 민주당 의원 단체대화방에 “이 사안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대검 라인이 정부·여당과 상의 없이 조급하게 기소를 결정한 일”이라며 유체이탈화법의 정수를 보여줬다.
항상 처리할 사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엄살 부리는 검찰은 법적 근거가 명확한 타다 서비스를 왜 기소했을까? 무슨 배짱으로 4년 동안 이 재판에 매달린 걸까? 이 사건은 검찰의 대표적인 공소권 남용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언제나 그랬듯 다시 한번 무너졌다.
총선을 앞둔 정부, 검찰, 국회의 맹활약으로 택시업계는 살아났나? 올 2월 서울시는 택시요금을 20% 넘게 올렸지만 타다금지법의 최대 수혜자라는 카카오택시조차 경영난으로 직영 택시 회사 2곳이 휴업을 결정했다. 시장 진입을 위해 조속한 법개정을 주장했던 마카롱택시는 결국 파산했다. 경기도도 7월1일부터 택시요금을 인상한다. 국민은 부담 돼 택시 탈 엄두를 못 내고 손님이 없어 택시기사들마저 떠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타다’와 유사한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업은 기존업계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 운동장이 시작부터 심하게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기존업계가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문제는 중재와 신속·명확한 판단을 맡아야 할 정부나 국회가 입으로만 떠든다는 것이다. 결코 행동하지 않는다.
온라인 법률 서비스,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 비대면 진료 모두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산업혁신의 시도지만 기득권 단체의 반대와 정부의 무능력으로 고사 위기에 빠져 있다. 세계는 초거대AI를 기반으로 또 한번의 퀀텀 점프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방향 설정도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창업의 경험도 절박함도 없는 공무원과 국회의원이 창업 생태계를 만든다고 말로만 설치니 정부지원금을 호시탐탐 노리는 ‘꾼’들만 들끓는다. 진짜 전문가는 괜히 나섰다가 욕 먹을까 숨어 버렸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는 앞다퉈 국민 세금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같은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검찰은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스타트업 발목을 잡는다. 주무 부처 공무원은 중심을 잡고 정책을 집행하기 보다 여기저기 눈치보기 바쁘다. 대한민국은 창업하기 참 힘든 나라다.
해법은 있다. 정부는 혁신산업 추진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을 해결할 전담 프로젝트팀을 만든다. TF로 만들어 업무만 가중시키는 게 아니라 최장 1년을 기한으로 인사발령 내 윈윈의 해결방안 도출에만 전념토록 한다.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팀은 팀원 모두 대통령 표창과 승진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 능력을 숨기고 조용히 사는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하게 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법무부 장관은 중기부 장관, 혁신산업 주무부처 장관과 협의체를 구성해 법적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 방향을 논의하고 검찰 수사를 명확하게 지휘한다. 대통령은 기득권 단체를 대통령실로 초대해 상생의 협조를 부탁하는 측면 지원을 한다. 국회의원은 보좌관 중 한 명을 창업이나 신사업 유경험자로 채용해 창업의 ABC부터 배우고 바른 법안을 만들고 발의한다.
글로벌 유니콘 기업은 스타트업의 노력만으로 탄생할 수 없다. 예산과 공권력을 가진 정부와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바른 방향으로 행동할 때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창의적인 스타트업이 아기유니콘, 예비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다. 새로운 수출 금맥을 만드는 글로벌 스타기업의 감짝 등장도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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