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 ’케이-글로벌(K-Global)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의 경영성과 분석자료를 3월 17일 발표했다. K-Global 프로젝트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혁신 기업 지원사업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28개 사업에 1567억원의 예산을 투여했다.
성과분석은 기업의 일자리 수(산업생태계 기여), 매출액(수익모델), 투자유치액(유망·성장가능성), 특허출원 건수(독자기술 확보) 등 4개 지표로 이루어진다. 과기정통부는 “프로젝트 참여 기업의 79%인 608개사가 성과조사에 응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임직원수가 2021년 대비 29.8% 증가했고, 매출액은 39.9%, 투자유치는 16.2%, 특허출원 건수는21.6% 늘었다. 정부는 “디지털 강소기업의 고성장을 견인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보도자료를 톺아보면 자화자찬에 가깝다.
신규 고용을 창출한 기업 비율은 71.7%다. 즉, 28.3%는 정부지원을 받고도 신규고용을 창출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평균 신규 고용인원도 3.5명으로 2021년 수혜기업의 5.2명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지원을 받았지만 매출이 없는 기업도 24.5%에 달한다. 2021년에는 12.6%였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약 6.7%로 2021년 10%에 못 미친다. K-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2021년에는 수혜기업 중 208개사가 7993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그중 해외투자유치액이 371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86개사가 5477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해외 유치액은 258.8억원으로 줄었다. 고금리, 고환율로 지난해 벤처투자가 급속히 위축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저조한 성적이다.
ICT 기업의 핵심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특허를 출원한 기업도 54.1%에 불과하다. 지원을 받은 기업 중 절반 가까이는 특허출원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지원 무용론을 주장하자는 게 아니다. 최선을 다해 과제를 수행한 수혜기업까지 싸잡아 폄하할 의도도 없다.
1567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정부지원사업의 실적을 공개하면서 입맛에 맞는 유리한 것만 강조하고 문제좀과 개선방향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는 정부의 전시행정을 비판하고자 한다.
지원효과 분석방법도 문제다. 수혜기업의 지원전후만 단순 비교해서는 정확하고객관적인 효과측정이 불가능하다.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대조군의 경영실적과 비교 분석해야 지원사업의 실제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조사분석의 기본이다.
유니콘 기업은 장밋빛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책상머리에서 기획한 지원사업으로는 일자리수, 매출, 투자유치, 특허출원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를 달성할 수 없다.
글로벌 경제는 분초단위로 변한다. 그런데 스타트업·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겠다는 정부정책은 마냥 느리고 무겁다. 올해 지원사업을 3월에서야 신청 받고 5월 말에 선정해 12월에 급하게 ‘결과보고’하라고 다그치는 악순환을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다.
제발 1월 초에 지원을 시작하고 일단 지원했으면 기업을 믿고 맡겨주기를 바라는 모든 스타트업·벤처기업 CEO들의 희망사항이 현실이 돼야 기업 성장도 글로벌 진출도 가능하다. 하루빨리 정부가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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