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인터뷰 I “나는 해양쓰레기를 재단하는 즐거운 미치광이”

폐그물 재활용해 가방으로 변신시키는 예비사회적 기업
“바다쓰레기의 0.01%라도 줄이는 그 날까지 무모한 무한도전을 계속할 것”
“재활용한 건데 왜 비싸냐는 소비자들 때문에 속상하기도”

신진욱 편집인 승인 2023.01.03 00:07 | 최종 수정 2023.06.15 22:05 의견 3

편집자 주 ‘좋은기업’으로 성장해 미래를 주도할 여성 경영자 100인을 릴레이 인터뷰하는 창간특집기획 ‘100인 미녀’를 시작합니다. 옹골지게 사업체를 키워가고 있는 여성 경영자의 도전과 성공, 가끔은 실패했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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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4만4000톤의 그물이 바다에 버려진다. 폐어구는 분해되는데 600년이 걸린다. 분해되면서 생기는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 몸에 쌓인다. 해양쓰레기의 0.01%라도 줄일 때까지 무모한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예비사회적기업 컷더트래쉬 임소현 대표(28)를 만났다. 폐그물을 업사이틀, 리사이클해 다양한 가방을 만든다. 오가닉 티셔츠도 제작한다.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했고 롯데백화점 중동점 8층에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 2019년 개인사업자로 시작해 2021년 6월 법인 전환했다.

할 일을 써 놓은 유리창 앞에 컷더트래쉬 임소현 대표가 앉아있다. ⓒ신진욱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여러 자료를 훑어봤는데 컷더트래쉬가 ‘쓰레기를 재단하다’는 뜻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단순한 사람이라 ‘쓰레기를 줄이다’인 줄 알았습니다.”

“제가 원래 생각했던 의미도 ‘쓰레기를 줄이다’였어요. (웃음) 어떤 인터뷰에서 기자님이 ‘쓰레기를 줄이다’는 의미가 한정되고 일차원적이니 ‘쓰레기를 재단하다’로 하자셨고, 갈수록 살이 붙어 ‘쓰레기를 디자인하다’까지 확장됐지요.”

(솔직하다. 내가 만든 표현이라고 해도 될 텐데···)

◇ 창업 이야기

“흔한 질문이지만, 스타트업 인터뷰에 빠질 수 없는 언제, 왜 이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유가 복합적이예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스케치북에 쓰레기를 많이 그렸어요. 밖에 쓰레기가 너무 많은데 이걸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걸 그리는 아이였어요. 중학교 때 패션디자이너가 너무 멋있어 보여 예고에 진학하고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계속 꿈을 키웠죠. 그런데 제가 대학 다닐 때 패스트패션이 대세였는데 유행이 지난 옷들이 대량으로 버려진다는 것과 청바지를 만드는데 엄청난 물이 낭비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패션이라도 환경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해야 되나 회의가 들어 중국으로 도피성 어학연수를 떠났어요.”

“숨 좀 쉬고 계속 얘기하죠.”

“그 때 좋아하는 다큐멘터리를 원 없이 보면서 어떻게 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환경에 해가 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환경문제를 해결하면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까 엄청 고민을 했어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버려진 의류를 재조합해 새로운 옷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판매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기도 어렵고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옷이 너무 많은 거예요. 이 사업은 지속가능하지도, 내가 원하는 것도 아니다고 결론을 내렸죠. 다시 엄청난 고민에 빠졌어요. 외국에서는 활발한데 한국에서는 아직 시도되지 않는 환경문제가 뭘까 찾아봤더니 해양쓰레기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무모하게.”

“스스로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평가하는군요.”

'패스트 패션'이란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좆아 저가에 대량 생산되는 의류를 말한다. 새로운 제품들이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출시된다. 유엔(UN)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10%를 차지한다. 청바지 한 장을 만드는데 1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미 피벗을 한 번 경험하신거네요.”

“대학교 2학년 때 빈티지 옷을 팔아보겠다며 처음으로 사업자를 냈어요.”

“보통사람은 아무리 관심이 있더라도 사업자 내고 바로 사업을 시작하진 않잖아요. 아이템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창업을 결심하기 쉽지 않은데 사업이 체질인 모양입니다.”

“앞에 얘기했던 스케치북에 3층짜리 스토어를 그린 게 있었어요.”

“사업가 마인드가 남달랐군요. 혹시 유전자?”

“아버지가 사업을 굉장히 다양하게 하셨어요. 많이 말아 드셨죠. 그런 아버지 보면서 사업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야 정상인데 오히려 내 길도 저기에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DNA의 힘은 신비롭고 강력하다.

“창업하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나 사건은 무엇이었나요?”

“폐그물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팀원이랑 둘이 100군데 넘게 전화를 하고 차 끌고 인천, 부산 안 가본 데가 없었어요. 그런데도 폐그물을 구할 수 없었어요. 항구에서 그물 수선하는 아주머니한테 여쭤봤더니 그물 못 쓰게 되면 그냥 바다에 버리지 하시더라고요."

“다행히 100군데 전화했던 중에 딱 한 곳, 폐그물 처리 업체 대표님이 도와 주셔서 드디어 폐그물로 시제품을 만들게 됐어요. 그게 2019년 9월이었죠. 그리고 2년 동안 폐그물을 더는 못 찾아 사업을 정말 포기하려던 찰나에 2021년 10월, 4개 항만공사가 주최한 해커톤에서 대상을 수상했어요. 비로서 폐그물을 원 없이 구할 수 있게 됐어요. 폐그물 처리하는 데 갔더니 산처럼 쌓여 있더라고요. 2주만에 폐그물이 정말 산처럼 쌓이는 걸 직접 목격했죠.”

폐그물 더미. 컷더트래쉬 제공


컷더트래쉬는 2021년 제3회 4개 항만공사 창업 아이디어 발굴 해커톤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여수광양항만공사와 매칭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창업하면서 공동 창업자은 없었나요?”

“공동창업자는 없었고,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고 대학교 커뮤니티에 함께 하실 분 찾는다는 공고를 올렸어요. 팀원 2명이 합류했죠. 한 명은 금방 그만뒀고, 한 명은 아직까지 함께 하고 있어요. 스톡옵션이나 지분으로 그동안의 고생과 노력을 보상할 계획이에요.”

◇ 현재 경영 이야기

“대표님은 컷더트래쉬가 사업의 10단계 중 지금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동안 고생하고 노력한 제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으로는 4단계인데 다른 대표님들과 비교해 보면 현실적으로 이제 2단계쯤 온 것 같아요. 연구개발부서 신청하고 5월까지 특허 출원하고 친환경인증도 받으면 올 해 안에 4단계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직원은 몇 명이죠?”

“현재는 저 포함해서 5명입니다.”

“현재 경영상황을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해양쓰레기를 원료로 제품을 만드는 모든 공정을 전문적으로 핸들링할 수 있다는 게 컷더트래쉬의 장점이에요. 최적의 프로세스를 구축했고 덕분에 기업이나 기관의 다양한 요구들을 맞출 수 있게 됐죠. 얼마 전에 원사 전문가를 CTO로 영입했습니다.”

폐그물은 수거→해체→재단→워싱→봉제→검수 과정을 거쳐 가방으로 재탄생한다. 세척해 바로 제품을 만들 수 있으면 업사이클하고 오염도가 심한 폐그물은 잘게 분쇄해 여러 차례 더 세척하고 원단으로 만드는 리사이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판매 중인 폐그물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 컷더트래쉬 제공


“아직 BEP를 돌파하기 전이겠죠? 운영자금이 부족하진 않나요?”

“제품 매출과 청년자금융자 받은 게 있어 직원들 월급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자금부족에 대비하고 있어요. 정부지원사업에 많이 선정돼야 하는데··· (웃음) 출원 특허를 바탕으로 R&D 산학연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멘토 역할을 해 주시는 교수님 컨설팅을 좆아 가려면 올해 일을 정말 많이 해야 됩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치밀한 분석과 플랜보다 오히려 운이나 타이밍, 인맥 같은 게 사업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는 말에 동의하세요?”

“어쩔 수 없이 동의해요. 사업을 정밀하게 관리하는 건 기본이지만 성과가 나오는 건 운이나 네트워크가 많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열심히 준비한 B2C 판매보다 블로그에 올린 글로 예상치 않았던 큰 건이 들어온 경우가 있었어요. 어디서 터질지 정말 모르겠어요.”

“경영하면서 기뻐서 눈물 흘렸을 때와 힘들어서 눈물 흘렸을 때를 공개하신다면.”

“항만공사 해커톤 때 대상 발표 때까지 제 이름이 안 불려서 망했구나 했는데 ‘대상 컷더트래쉬’ 하는 순간 기쁨과 당황의 눈물이 흘렸어요. 4개 항만공사 중 한 곳과 매칭할 때 뜨거운 구애를 받아 가슴 찡하게 감동받았던 기억도 생생해요.”

2021년 4개 항만공사 창업 아이디어 발굴 해커톤 시상식. 컷더트래쉬 제공


“지금도 일주일에 두번씩은 힘들어서 울어요.”

“그리고 눈물까지는 아니지만, 고객 중에 폐그물로 만들었는데 왜 비싸냐는 분들이 있어요. 그냥 원료로 만들 때는 필요 없는 공정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작원가가 10~20% 높아지는데 그걸 알아주지 않을 때 속상해요.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겠죠, 언젠가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슬럼프에 빠진 적이 당연히 있었죠? 어떻게 극복했나요?”

“차를 타고 가다가 엄마가 ‘요즘 일은 어때’ 묻는 한 마디에 과호흡이 와 응급실에 간 적이 있었어요. 컷더트래쉬 대표로서의 삶은 있는데 인간 임소현의 삶은 없다고 느꼈을 때,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속상했죠. 내 자신을 이렇게 힘들게 하면서까지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결국은 잘 극복했어요.”

“특별한 극복방법이 있었나요?”

“대한민국에서 창업은 누구나 언젠가 한 번쯤 겪어야 하는 필수 코스인데 나는 좀 더 일찍 겪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죠. 해커톤에 같이 참가했던 다른 대표님들한테 과호흡 얘기를 했더니 다들 과호흡이나 공황장애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대표의 숙명 같은 거라고.”

◇ 직원 이야기

“스타트업이 직원수는 적은데 HR에 어려움을 많습니다. 대표님은 직원을 뽑을 때 뭘 가장 중요하게 보나요?

“회사가 부천이다 보니 인재 구하기 어려워요. 채용 공고를 3개월 냈는데 10명 밖에 지원을 안 하더라고요. 기본 인성이 갖춰진 분은 같이 일하면서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인성을 보고 채용합니다. 저는 회사가 키워줄 수 없는 2가지가 기본 인성과 감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디자인 회사다 보니 스킬보다는 감각을 중시하게 돼요.”

“사장도 MZ세대고 직원도 MZ세대라 좋은지 아니면 오히려 나쁜지 궁금하네요.”

“솔직히 조금 안 좋은 거 같아요. 대표가 어리다 보니 강하게 끌고 나가기 쉽지 않은 점이 있어요. 일하는 분위기가 자유롭고 서로 영어 이름으로 부르는데, 제가 엄청 집중해서 일할 때도 너무 편하게 이름 부르면서 질문하니까 어떨 땐 좀 그래요.”

“그런 게 좋은 거 아닌가요?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는 좋지만 규율이 필요한 순간에도 마냥 자유롭기만 한 건 꼭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50대인 제가 20대 직원들에게 지시를 하면 긴장한 척하겠지만 화장실에서 무슨 뒷담화를 할지 상상이 되는군요.” (서로 웃음)

“유쾌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는 장점이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때 긴장과 집중, 원칙 같은 게 필요한데 쉽지 않는 순간들이 있어요.”

임소현 대표는 20대 CEO의 애환도 이야기했다.

“업체 미팅에 가면 제게 대표님 오셨냐고 묻는 경우가 많아요. 공장과 업무 협의할 때도 대표라고 하면 얕잡아 보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일부러 직원인 척하기도 해요. 우리 대표님이 이거 꼭 이렇게 하라고 하셨다고.”

“대표와 직원이 모두 한마음으로 일하다고 생각하지만 직원들에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보상, 승진, 징계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급여가 많지 않고 복지도 열악한 스타트업이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시대는 지냈죠. 미래에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직원 입장에서는 중요한데 어떤 인사원칙을 갖고 있나요?”

“저는 컷더트래쉬가 제 회사가 아니라 우리회사라고 생각하거든요.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 함께 했던 분들은 당연히 적절한 보상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프로젝트가 목표 매출을 달성하면 일정액을 상여금으로 지급해요. 직원별로 상황에 맞는 보상 시스템을 마련해가고 있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직원수가 아무리 작아도 열심히 하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이 있게 마련인데,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위해 뭔가 조치가 필요한데 대표님은 어떻게 하시는지?”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데 기한에 못 끝내면 한번은 연장해줘요. 그래도 마무리 못하면 저는 일을 좀 더 줘요. 본인이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주는 게 제 방법이에요.”

“직원들에게 어떤 CEO가 되려고 노력하세요?”

“원래는 착한 대표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조언도 구하고 경험도 해보니 착한 대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걸 깨닫았죠. 착한 대표가 되려고 직원들 일까지 다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정당한 기준으로 업무를 부여하되 직원들이 할 말을 할 수 있게 만드는 CEO가 되려고 해요.”

◇ 회사의 목표와 미래 이야기

"벤처기업은 유연하게 주요전략을 수정하는 피벗이 강점입니다. 피벗의 극적인 성공이 회자되죠. 하지만 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제 피벗은 매우 드물고 기존 전략 위에 점진적으로 새로운 전략을 추가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대표님은 만약 지금 진행하는 사업 아이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해양쓰레기의 0.01%라도 없앨 때까지 끝까지 해 나가겠다는 다짐은 변함이 없어요. 만약 재정상황이 너무 악화되면 수익성이 높은 디자인 사업을 확대하되 본사업은 지속하는 전략으로 갈 생각입니다.”

임소현 대표가 폐그물로 만든 가방을 메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진욱


“대기업이 이 사업에 뛰어든다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사업은 퍼즐인 것 같아요. 제가 퍼즐 하나를 맞추고 나머지 퍼즐은 파트너와 함께 맞춰 나가는 것 같아요. 저는 컷더트래쉬의 역할이 바다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 걸 보여주는 거라고 믿거든요. 척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어찌 보면 대기업을 이 사업에 끌어들이는 게 우리회사 임무일 수도 있고요. 대기업이 참여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커지니까요. 이 사업을 하는 분들이 많아져 해양쓰레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면 우리는 다른 사업을 찾아가면 되죠.”

“여기가 춘의 가구사거리잖아요. 가구점들이 모여 있으면 경쟁이 치열해져 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져 파이가 커진다는 논리군요.”

“CEO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뭘까요?”

“즐거운 미치광이 CEO들을 만나면 위대해 보여요. 너무 진심인 것이 보여서. 사람이 언제 무언가에 빠져서 진심일 수 있겠어요. 일이 힘든데 즐거움과 보람마저 없다면 남는 게 없잖아요. 너무 즐거워서 미칠 지경이 되야 그 때 사업이 성공하는 것 같아요.”

“대표님도 지금 미쳤나요?

“조금 더 미쳐야 할 거 같아요.” (서로 웃음)

“시작했으면 끝을 보는 것도 중요해요. 제가 처음에는 사업을 하는 척했던 거 같아요. 시간 채우면서 앉아 있다 메일만 확인하는 그런 식이었죠. 그러다 법인 설립하고 정신 차렸는데 CEO는 시작했으면 최선을 다해 끝을 보겠다는 작심이 꼭 있어야 합니다.”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지만, 과거가 준 교훈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거니까 묻겠습니다. 다시 창업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이것만은 바꾸고 싶은 게 있나요?”

“강연 갔다 만난 어느 대표님이 다들 명함을 가져 가지만 연락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며 답답해하시더라고요. 연락하면 시간을 기꺼이 내서 경험을 나눌 텐데 아쉽다고 하시면서. 그 말을 듣고 제 자신을 반성했어요. 창업했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사업에 대해 묻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같은 분야에서 사업을 먼저 시작한 선배 대표님들을 찾아가 경험과 노하우를 열심히 물어볼거에요.”

“스타트업의 꿈이라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꼭 하고 싶은 일 1순위는 뭔가요?”

“소셜벤처를 하면서 많이 듣는 말이 너희들이 그런다고 삼성만큼 사회공헌할 능력이 있냐는 거에요. 지금은 힘이 없는 스타트업이지만 유니콘 기업이 되면 자원순환, 사회공헌에 정말 열심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는 예비 경영자들에게 이것 하나만은 꼭 기억해라 조언한다면?”

“빨리 치고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사업은 너무 신중해서는 안되요. A부터 Z까지 다 맞춰 놓고 시작하면 늦어요. 시장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100% 완벽한 준비는 없어요. 빨리 시작해 시도해 보고 그 과정에서 변화해 나가는 게 진짜 중요하다, 그냥 치고 나가라 이렇게 조언하고 싶어요.”

지금껏 비닐백보다 20배 비싼 친환경 종이박스를 고집해 왔지만, 살아남아 무모한 무한도전을 계속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임소현 대표. 올해부터 다양한 친환경 패션사업에 과감하게 한 눈 팔 계획이다. 현실에 안주하는 노련미가 없어 미래가 더 기대되는 원석 같은 CE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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