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좋은기업’으로 성장해 미래를 주도할 여성 경영자 100인을 릴레이 인터뷰하는 창간특집기획 ‘100인 미녀’. 3,4,5회는 옹골지게 사업체를 키워가고 있는 대구광역시 여성 경영자 3인의 도전과 성공, 가끔은 실패했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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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짧은 출장에 3인3색 여성 경영자를 인터뷰할 수 있었던 건 지야 유은지 대표(38) 덕분이었다. 마당발 인맥과 가공할 섭외력으로 순식간에 2명의 탁월한 여성 CEO와의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20년째 불황이라는 대구에서 당차게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그는 2016년에 지야를 설립했다. 회사 로고나 명함을 디자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까지 제시하는 토탈브랜딩 전문회사다.
사람들에게 편한 느낌을 주기 위해 회사이름을 지야로 지었다고 한다. 은지를 대구 사투리로 친근하게 부르면 “지야”가 된다.
◇ 창업 이야기
“언제, 어느 순간, 왜 지금의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나요?”
“2016년에 창업을 하고 용돈 벌이 겸 생존을 위해 아는 대표님들 명함을 디자인해드렸는데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라는 권유가 많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전공이 시각디자인이 아니라 무척 힘들었지만 디자인이 손에 익자 패션 마케팅이라는 전공을 살려 마케팅 전략이 스며든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죠. 제품을 돋보이게 하고 잘 팔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고객사와 같이 고민해 결과물이 나왔을 때 보람도 컸고요.”
사실 유은지 대표는 천연염료로 염색한 항균 원단으로 영유아 의류 만드는 아이템으로 창업했다. 4년간 섬유회사에서 담당했던 원단 연구개발 경험을 살린 것이다. 하지만 혼자 원단을 연구개발하기란 쉽지 않았다. 특허를 등록하고 7부 능선까지 올랐지만 과감하게 피벗을 결정한다.
“창업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요?”
“마케팅 전공으로 입사했는데 회사에서 R&D를 맡겼어요. 이공계 업무를 맡아 최선을 다해 파고 들었지만 너무 힘들었고 4년만에 병이 나 결국 퇴사했죠.”
“다시는 회사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한달에 50만원만 벌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고 싶어 창업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때 마음은 그랬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현재에 충실하다. 지금 내 고민이 먼저다. 나이 들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며 미래를 충고하는 건 현실에서는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1년간 창업을 준비하면서 생각했던 창업가정신이란 무엇이었나요?”
“그 때는 창업가정신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8년차에 접어든 지금 생각하는 창업가정신이란 포기하지 않는 도전인 것 같아요. 버티면 언젠가는 어떻게든 길이 보입니다. 그 순간에는 죽을 것 같지만...”
그는 카톡 프로필 문구가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것’이라고 했다. CEO의 포기는 대표만이 아니라 직원까지 실패자로 만드니까 절대 포기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항균원단으로 옷을 만드는 창업 아이템에 확신이 있었나요?”
“지금도 확신은 있어요. 최선을 다했는데 안되면 일시중지 버튼을 눌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 아이템을 잠시 정지한거죠. 3년 동안 모든 걸 갈아 넣었지만 결국 더 이상은 아니라는 걸 인정했습니다. 회사 틀 안에서 직원으로 하는 것과 창업해 혼자 연구개발하는 것은 달랐어요. 한계가 분명했죠.”
“브랜딩으로 업종을 바꾸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나 사건은 무엇이었나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정말 힘들었어요. 기업이 홍보마케팅 비용부터 줄이니까 일감이 확 줄어 대출 받아 직원들 월급을 줬죠. 그런 상황이 몇 개월 계속되니 이러다가 진짜 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처음으로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며 울었어요.”
창업 4년만에 큰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유 대표는 사업의 멘토에게 어떡해야 할지 물었다. “선택지는 둘 중에 하나다. 폐업 아니면 계속 고잉” 그 말을 듣고 갑자기 깨닫는다. ‘폐업은 언제든 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게 정말 지금인가?’ 결론은 '아직 아니다'였다. 오기로 다시 영업에 올인한다.
◇ 현재 경영 이야기
“1~10단계 중 사업이 지금 어느 단계쯤 와 있다고 생각하는지?”
“딱 중간이에요. 저는 아직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창업한지 곧 만 7년이 되니 마음가짐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금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인 거 같아요.”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생각이 든 건 언제였나요?”
“얼마전부터 제가 모르는 회사가 우리회사를 알고 먼저 연락이 와요. 그 때 어느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우리회사를 모르는 대표님들에게 지야라는 이름을 알리기에 바빴는데 이제는 제가 모르는 회사도 지야라는 이름을 안다는 게 기쁘죠.”
“대구에서 사업한다는 것의 장점과 단점을 솔직하게 말한다면”
“사업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수도권은 실력 있는 디자인 회사가 너무 많아 경쟁이 무지막지합니다. 대구는 그나마 덜하죠. 그리고 저는 대구가 너무 좋아요. 개인 삶이든 사업이든 단점은 없어요.”
“경기가 안 좋아지면 기업은 마케팅 예산부터 줄입니다. 대구 경기가 계속 안 좋다는데 브랜딩회사를 경영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불황이지만 아직 영업할 곳은 많다고 믿어요. 게다가 마케팅 분야 정부지원사업이 늘어나면서 마케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요.”
코로나-19 초기에 폐업까지 고민하다 기사회생한 것도 정부의 마케팅 지원사업 때문이다. 지야는 정부지원사업 수행기관이 되면서 매출이 늘고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
“대표님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데 주력하고 있어요. 우리는 단순히 디자인만 해주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사와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같이 고민하는 토탈 브랜딩 전문기업입니다.”
“능력은 좋지만 사업에 실패하는 경영자들이 많습니다. 디자인 실력 외에 어떤 점이 사업 성공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디자인 실력은 기본이고 고객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브랜딩한 기업들이 또 우리를 찾아줄 때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더군요.”
“회사 경영하면서 기뻐서 눈물 흘렸던 적이 있나요?”
“좋았고 기뻤던 순간이야 많았지만 눈물까지 나지는 않았었는데 얼마전에 직원 때문에 울었어요. 청년내일채움공제 2년이 끝난 대리가 고맙다고 마음이 담긴 선물을 주는데 너무 감격했어요.”
“기억하고 싶진 않겠지만, 지금까지 사업하면서 가장 크게 실패했던 경험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비대면이 대세니까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감성도시’라는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직장인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였죠. 직접 디자인한 사무용품과 분식 밀키트를 판매했어요. 직원도 뽑고 2021년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지만 결국 중단했습니다.”
머리속에 그린 플랫폼을 사이트로 실제 구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직접 하기엔 역부족이었고 개발자를 채용하기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플랫폼을 외주제작하자니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는 ‘감성도시’도 지금은 실패했지만 포기가 아닌 잠시 중단이라고 했다.
“언젠가 반드시 다시 디벨롭할 거예요.”
“회사를 경영하면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창업초기에 사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 서너 시간만 자고 휴일도 없이 1년반을 죽기 살기로 일했죠. 그런데 갑자기 현타가 오며 재미까지 없어지려고 하는 거예요.”
“어떻게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죠?”
“평일에는 밤을 새도 주말에는 절대 일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지금까지 지키고 있어요. 월~금에는 하루에 전화가 백 통은 오는데 주말에는 왕따 당한 것처럼 조용해요.”
“스트레스를 푸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요?”
“잘 잊는 성격이기도 하고, 기독교 신앙의 힘이 커요. 사람 만나는 게 일이다 보니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 기도를 많이 합니다. 마음에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저만의 방법입니다.”
“주말에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 것도 스트레스를 푸는 데 그만이죠. 생각을 안하고 멍 때리며 유튜브 영상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 직원 이야기
“직원을 뽑을 때 뭘 가장 중요하게 보나요?”
“지금 채용 면접을 보는 중이거든요. 무조건 인성을 최우선으로 봅니다. 면접 일정 잡는 전화통화를 하면서 1차로 인성을 테스트하죠. 저는 일부러 이력서를 출력해서 면접 때 가져오라고 해요. 이력서를 가져오는 방식에서 그 사람의 인성이 드러납니다.”
“능력을 먼저 보는 대표님들도 많지만, 업무능력은 가르치고 봐줄 수 있지만 기본성격은 어쩔 수 없거든요. 기존 직원과 트러블은 없을지, 회사와 합은 맞을지를 세밀하게 평가합니다.”
우리나라는 직원의 인성을 특히 중요시한다. 소기업일수록 팀워크를 해치지 않고 스며드는 성격의 직원을 원할 수밖에 없다. 숫자화 할 수 있는 업무성과 하나만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해고하는 인사관리는 미국에서나 가능하다.
“사장도 MZ세대고 직원도 MZ세대입니다. 같은 세대라는 게 좋다 vs 나쁘다?”
“저는 좋습니다. 제가 만나야 할 거래처 대표님들도 앞으로 MZ세대가 계속 늘어날 텐데 젊은 직원들에게 Z세대 트렌드를 배울 수 있어 좋죠.”
“Z세대 직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뭔가요?”
“사장 면전에서 하고 싶은 할 말을 부담없이 합니다. 면접 볼 때도 거리낌 없이 궁금한 거 다 물어보죠. 저는 오히려 그게 더 좋아요. 저도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니까요.”
“그래도 이것만은 이해가 안된다 싶은 게 있나요?”
“내 일만 딱 정해서 하는 개인주의가 너무 강해요.”
“긍정적인 회사문화를 형성하고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보상이나 복지정책이 있나요?”
“매년 연봉협상을 하고 연봉을 인상해 왔습니다. 매출이 늘면 성과급을 별도로 지급하고 있고요. 5인 미만 사업장이지만 유급으로 연차휴가를 줍니다. 작지만 복지 정책에도 신경을 씁니다. 회식은 근무시간에 하고, 두 달에 한번 문화데이를 갖고 있죠.”
“팀워크를 해치거나 업무능력이 처지는 직원을 관리하는 방법이 있는지?”
“누구나 잘하는 일이 분명히 있다고 믿어요. 그걸 최대한 빨리 찾아주는 게 대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고 잘하는 직원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1:1 면담을 합니다. 대표가 알고 있다는 걸 말해 주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저는 일 잘한다고 업무를 더 주지 않습니다.”
“직원들에게 어떤 CEO가 되려고 노력합니까?”
“직원들이 자랑스러워 하고 자랑하고 싶은 대표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 경영철학과 미래 이야기
“ESG 경영은 중소기업에게는 사치다 vs 필요하다, 대표님 생각은 어느 쪽인가요?”
“기업이라면 ESG경영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단, 기업의 규모와 상황에 맞게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면 좋을 것 같아요.”
“CEO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얼까요?”
“대표는 포용력이 있어야 해요. 대표라고 마음대로 전횡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폭 넓게 담아 낼 수 있는 넓은 그릇이 돼야 합니다. 또, 회사의 수장이라면 책임감은 기본입니다. 특히 우리 같은 외주기업은 최고의 퀄리티과 납기일을 반드시 지키는 책임감이 필수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창업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바꾸고 싶은 결정이 있나요?”
“창업하면 대출받는 게 정해진 코스인 줄 알고 덜컥 대출은 받았는데 자금운용을 현명하고 신중하게 하지 못했던 게 후회돼요.”
“만약 주력 사업이 더 이상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피벗한다 vs 그래도 기존사업을 유지한다' 중 어떤 결정을 하겠습니까?”
“저는 피벗할 겁니다.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반드시 한 가지 아이템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쉽더라도 경험을 얻은 것에 만족하고 과감하게 변신해야 합니다. ‘감성도시’ 사업도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 경험이 지금 정부지원사업을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직접 해 본 경험은 다른 디자인회사들이 갖지 못한 우리만의 소중한 재산이니까요.”
“사업 다각화 vs 한 우물 파기 중 어느 쪽입니까?”
“사업에 정답은 없지만 저는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요한 건 사업별 가중치를 어떻게 줄 건지 결정하는 것 같아요.”
“다각화한다면 어떤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나요?”
“요식업 프랜차이즈 사업을 꼭 해보고 싶어요.”
예상 못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곧 프랜차이즈 사업은 브랜딩 사업이니까 혜안 있는 다각화 전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유 대표는 자타 공인 맛집 덕후이자 미식가다.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꼭 하고 싶은 일 1순위는 무언지요?”
“복지재단을 설립할 겁니다. 제가 사업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금전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거든요. 지금은 기부만 하지만 유니콘 기업이 된다면 복지의 빈자리를 채워 주는 재단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예비 경영자들에게 이것 하나만은 꼭 기억하라고 조언한다면?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싶어요. 사업은 포기하지만 않으면 시점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고민이 맘 속에 들어왔을 때 다잡을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이 강한 분들만 창업하세요.”
“자기가 강철멘탈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지금까지 본인 삶을 되돌아보세요. 힘든 일을 겪었을 때 털어내고 다시 일어서는 타입인지 회피하고 도망가는 스타일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으며 회사 사무실을 둘러봤다. 지금까지 브랜딩한 여러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나쁘다는 의미로 들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말했다.
“디자인에 일관성이 없네요?”
“우리회사가 의도하는 바입니다. 브랜드 디자인은 디자인 회사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고객사 제품을 돋보이게 만들어야죠. 브랜딩하는 제품을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지야는 브랜딩하는 제품이 빛나도록 비추는 조명입니다. 스스로 빛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디자인에 우리회사 색깔을 담지 않습니다.”
브랜딩은 그 제품에 맞는 빛을 찾아내 환한 조명을 비추는 작업이라고 것을 지야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유은지 대표는 "사업하면서 자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분이 좋아지는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소망을 마지막으로 말했다.
밖으로는 고객사, 안으로는 직원들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는 성실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성공의 그날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을 끈질긴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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