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인터뷰 I 경력단절 끝. 대한민국 엄마들이여, 원더우먼으로 비상하라

경단녀 두 딸 엄마가 만든 여성 맞춤형 커리어 솔루션 '피드온'과 '맘잡(JOB)았다'
원더우먼이 돼 일 하고 돈 벌고 커리어까지 쌓는다

신진욱 편집인 승인 2023.02.28 09:04 | 최종 수정 2023.06.16 00:00 의견 0

【편집자 주】 ‘좋은기업’으로 성장해 미래를 주도할 여성 경영자 100인을 릴레이 인터뷰하는 창간특집기획 ‘100인 미녀’. 옹골지게 사업체를 키워가고 있는 여성 경영자의 도전과 성공, 가끔은 실패했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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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9.9%로 OECD 38개국 중 31위다. 1위는 아이슬란드로 82.2%에 이른다. 16위를 기록한 일본도 73.3%로 우리보다 13.4%포인트나 높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한국 여성의 고용률은 결혼과 함께 크게 감소하고 약 21년이 지나서야 결혼 때 고용률을 회복한다. 결혼에 따른 경력단절이 그만큼 심각하고 오래간다.

두 자녀를 출산하면서 경력단절을 직접 겪은 한의선 대표(41)는 2021년 1월 ㈜썬슈어를 창업했다. 테크 기반 여성 맞춤형 커리어 솔루션 기업이다. 썬슈어는 원더우먼을 양성하는 어플리케이션 ‘피드온(FeedOn)’으로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웹서비스 ‘맘잡(JOB)았다’를 통해 커리어 연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원더우먼은 재능있는 여성을 뜻한다. 원더우먼을 양성해 현업 멘토와 함께 팀을 구성해 의뢰 기업의 아웃소싱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전문가 커리어를 쌓도록 도와주는 게 썬슈어만의 차별점이다.

“회사 소개를 부탁합니다.”

“선슈어는 엄마들이나 은퇴자들을 위한 커리어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로 엄마들을 위한 커리어 솔루션 피드온을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피드온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은퇴자나 시니어를 위한 커리어 솔루션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저희가 실제 서비스를 해보니 경력이 단절된 분들은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업무관련 교육을 받은 게 필요하더라고요. 실질적으로 일을 하면서 배울 수 있게 코칭을 해 경력을 쌓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주)썬슈어 한의선 대표가 '피드온'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진욱

◇창업 이야기

“창업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었나요?”

“엄마 사업을 도와드리려 창업을 하게 됐어요. 엄마가 법인보험대리점을 하시는데 저랑 언니 중 한 명이 엄마 일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자주 하셨거든요. 제가 나섰죠. 보험상품 자체는 나쁘진 않은데 보험영업에 대한 인식이나 이미지가 안 좋은 걸 바꾸는 생활정보 연계 서비스를 기획했어요. 보험금을 청구하는 보험계약자들에게 줄 수 있는 서비스를 테크 기반으로 디지털화하는 게 최초 창업 아이템이었습니다.”

보험계약자를 위한 디지털 정보 서비스라는 창업 아이템에서 여성 맞춤형 커리어 솔루션으로 피벗하게 된 사연을 물었다.

“1월에 창업하고 4월쯤에 이 서비스가 보험이랑 연결돼서 수익이 나고 계속 확장이 되려면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어요. IR를 하면 보험을 지원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는 수익 구조가 안 보인다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특정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미니보험회사로 방향성을 잡을까 생각해 봤지만 금융은 제 전문분야도, 잘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판단해 피벗을 결정했습니다. 팀원들과 회의를 거쳐 7월부터 서비스 방향을 웰니스로 변경했죠.”

엘지전자에게 핸드폰 해외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했고, 스타트업에 CEO로 합류했던 경험을 살리는 방향을 선택한다. 만 서른아홉에 청년사관학교 지원을 받아 어플리케이션 ‘피드온’을 만든다. 그의 피벗이 더 과감하게 느껴진 건 창업을 위해 직접 삼성생명에 보험영업사원으로 입사해 6개월만에 전국 실적 1등을 차지할 만큼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영업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기획해 창업한 만큼 보험 아이템을 버리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신속하고 과감했다.

한 대표는 건강관리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천 명 가까운 엄마들을 만난다. 프로그램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고 건강보조식품 같은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진짜 필요한 필수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제공해야 되는지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신체적인 웰니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몇 천만원까지 내고 배우지만 실제 수익 창출은 안되는 걸 보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웰니스 프로그램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죠. 엄마들이 미션을 수행하면서 업무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작년 12월 피드온에 선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또 다시 고비가 찾아왔다. 경기침체로 성인들이 이용하는 교육 플랫폼들이 가격을 대폭 할인하는 출혈경쟁에 들어간 것이다. 첫 이용자는 구독료를 1천원만 받는 곳까지 생겼다.

“콘텐츠를 늘리려고 강사를 많이 모집해 놓은 상태였어요. 천원만 내면 수 천개 콘텐츠를 볼 수 있는데 우리가 새로 만들어서 몇 만원에 파는 게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심각한 고민에 빠졌죠. 결국 프로그램을 많이 만드는데 비용을 쓰기보다는 우리 프로그램 이용자에게 실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매칭해 주는 케이스를 만들어 주는 2단계 사업을 먼저 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썬슈어는 40대 엄마들이 자기계발을 배우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배워서 일을 하고 일을 하면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피드온 안에 ‘맘잡(JOB)았다’라는 원더우먼 커리어 서비스로 확장하게 된다.

“교육 프로그램을 테크 기반으로 디지털화한다는 게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가요?”

“엄마들을 위한 교육 서비스는 이미 소규모로 다 있어 왔어요. 하지만 확장 가능한 서비스로 만든 케이스가 없어요. 왜냐하면 사람이 직접 강의하는 형태는 확장이 쉽지 않거든요. 저는 처음부터 디지털 솔루션을 생각했어요. 해외에는 여성 커리어 서비스들이 많이 생겼는데 디지털라이징해 글로벌 프로젝트까지 연계·확장되는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정말 경력 단절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까지 성공하려면 개인적인 강의 콘텐츠가 아니라 확장 가능한 구조를 디지털 솔루션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창업가정신’, 즉, 창업에 대한 생각, 의지, 비전은 무엇인가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거치면서 많은 창업가를 봐 왔어요. 옆에서 보면서 느낀 건 거창한 창업가정신이 있어서 성공하기보다 잘 버티는 분들이 그 안에서 기회를 찾고 그 기회를 발전시키면서 비즈니스가 확장되는 경우를 더 많이 봤습니다. 저도 으리으리한 창업가정신, 이런 것보다는 항상 고객 반응을 보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겠다, 부딪혀 봐야겠다 생각합니다. 잘 버티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면서 기회를 찾는 게 창업가정신 아닐까요?”

“창업할 때 공동 창업자가 있었나요?”

“창업 당시에는 코파운더가 없었어요. 테크 기반 디지털 솔루션을 지향하기 때문에 C레벨 개발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오다 페친이던 유명한 개발자에게 진짜 IR하듯이 사업 계획을 PT하고 구애해 작년 12월 CTO로 모셨습니다. 지금 공동 창업자처럼 같이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고객한테 필요한 서비스를 구축하고 콘텐츠 만드는데 집중하고, CTO가 알고리즘 짜고 기술개발을 총괄하는 분담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아직까지 트러블은 없겠네요?”

“CTO가 세 아이의 아빠예요. 여성들이나 취약계층 커리어 사업에 진짜 관심이 많아 가치관이 굉장히 잘 맞아요.”

문과 전공자가 지식 서비스 창업을 할 때 가장 큰 난관이 기술개발이다.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실제 플랫폼로 구축할 수 있는 개발자를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하늘에 별따기다. 아웃소싱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 완벽한 팀빌딩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 현재 경영이야기

“원더우먼이라는 서비스 이름이 신선한데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주세요.”

“경단녀하면 엄마만 떠올리는데 미혼이나 출산 전 여성의 경력단절을 미리 예방하고 준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엄마에 한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재능있는 여성 전체를 원더우먼이라고 지칭합니다. 엄마도 엄마로 불리기 보다는 능력있는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잖아요.”

“출산 후에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게 미리 준비하거나 출산과 관련 없이 업무를 바꾸고 싶거나 잠시 쉬고 싶을 때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는 원더우먼이 되자는 뜻이죠.”

“피드온과 맘잡았다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프리랜서를 1:1로 매칭하지 않습니다. 원더우먼이 그 분야의 전문가인 현업 멘토와 같이 일을 할 수 있게끔 팀 세팅을 합니다. 일을 같이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고객사 입장에서도 포트폴리오만 보고 경단녀에게 일을 맡기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업에서 계속 일하는 분을 팀장으로 원더우먼이 함께 일할 수 있게 매칭해 커리어 공백을 메꿔준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차별점입니다.”

‘맘잡았다’에 참여하는 현업 멘토들은 피드온의 미션 프로그램을 만드는데도 참여한다. 원더우먼의 커리어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유기적 구조다.

'피드온' 소개서 캡처 이미지. (주)썬슈어 제공


“커리어 서비스가 넘쳐 납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습니까?”

“대부분의 프리랜서 매칭 서비스는 매칭 자체에 주안점을 둡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물에 초점을 맞춥니다. 프로젝트를 의뢰한 기업에 만족도 높은 결과물을 제공하는 프로세스를 중요시합니다. 현업 멘토 제도가 차별점이고 경쟁력입니다. 믿을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현업 멘토와 언더우먼의 피팅이 잘 맞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경쟁력은 세분화된 전문가팀을 구성하고 매칭해 최고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푸드회사의 로고 디자인 프로젝트를 의뢰 받으면 일반적인 디자이너가 아닌 푸드 관련 디자인 경험자와 푸드 상품기획 원더우먼으로 팀을 구성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인력을 채용하는 것보다 비용은 저렴하지만 더 나은 결과물을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입니다.”

“차별점이나 경쟁력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런데 그런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리소스가 투여돼야 할 텐데 수익성이 담보될까요?”

“그래서 원더우먼과 현업 멘토를 자동으로 매칭하는 디지털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을 확실히 짜면 굉장히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올 거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다이렉트 매칭 플랫폼은 저가 작업 위주이지만 맘잡았다는 전문가 팀을 매칭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고가 프로젝트 수주가 가능하고 따라서 수익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한 대표는 서비스 초기에는 사람이 프로젝트와 팀을 매칭하지만 데이터가 쌓이면 자동화와 서비스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드온' 앱 이미지 캡처. (주)썬슈어 제공


“현재 사업이 1~10단계 중에 몇 단계라고 생각하나요?”

“방향성을 확실히 잡았기 때문에 2단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 능력이 뛰어난 창업가도 실패하거나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서치나 객관적 데이터와 사업운, 타이밍 중에 어느 쪽이 사업 성공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데이터 분석이 답이 아니거든요. 정말 똑똑한 사람들의 시장 분석과 실제 시장의 반응은 다를 수 있다는 걸 지금까지 항상 고객 접점에서 일을 해오면서 굉장히 많이 경험했습니다.”

한 대표는 ‘처음부터 정말 먹음직스러운 서비스를 만들지 말고 진짜 고객이 반응하는지 보면서 서비스를 계속 고쳐 나가자’가 사업 모토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회사 경영하면서 기뻐서 눈물 흘렸을 때와 슬프고 어려워 눈물 흘렸을 때가 언제였나요?”

“소소한 것에 기뻐서 눈물을 흘려요. 피드온이 있어서 너무 좋다는 고객 멘트에 감격해 울죠. 이런 반응들이 저를 기쁘게 하고 힘들어도 계속 하자는 다짐을 하게 만들어요.”

“제가 개발자가 아니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직접 못해서 답답하고 유저들도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많이 적극적으로 주시는데 빨리 반영하지 못할 때 속상해서 울죠. CTO 합류로 그 스트레스가 덜어져 다행이에요.”

“저는 굉장히 잘 우는 스타일이거든요. 대학원에서 아동심리학을 전공했는데 심리적인 문제의 원인은 감정 배출을 안 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눈물은 굉장히 긍정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면 일하면서도 혼자 울어요.”

“실패의 경험을 묻는 건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죠. 기억하고 싶진 않겠지만, 지금까지 사업하면서 가장 크게 실패했던 경험은?”

“처음 미션 프로그램을 만들 때 인플루언서들을 리더로 썼어요. 이미 유명한 분들의 요구사항을 맞추기도 어렵고 계속 인플루언서들에 맞춰 끌려가다 보면 수익화는 물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쉽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렸죠. 작년 상반기에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게 실패의 경험입니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소중하다. 하반기부터는 현역 멘토를 리더로 활용한 실질적인 업무 티칭으로 프로그램 운영방식을 바꿨다. 프로그램 재등록률이 90% 이상으로 오히려 훨씬 높아졌다.

“CEO는 누구나 경영의 슬럼프를 겪게 마련인데 언제 슬럼프에 빠졌나요? 그리고 극복방법은?”

“슬럼프라기보다는 계속 굴곡은 있는 것 같아요. 창업자에게는 사수가 있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혼자 계속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느끼는데 그럴 때마다 같이 얘기하는 창업자들이 있어요. 그 대표님들과 얘기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게 큰 도움이 됐어요. 가끔 어떤 대표님은 아침에 ‘대표님 화이팅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주세요. 그 말이 힘이 되더라고요.”

한 대표는 남편의 응원도 큰 힘이라고 말했다.

“남편이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집안에 꿈꾸는 자는 한 명이면 된다. 당신은 꿈을 꾸고 나는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고… 든든하고 고맙죠.”

“사업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어떻게 푸세요?”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두 가지인데요. 진짜 미친 듯이 일해요. 문서정리 같은 생각없이 바쁘게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을 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그냥 빨리 자는 거예요.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생각하면 그래도 좀 괜찮더라고요. 밤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더 확장되잖아요.”

인터뷰 장소는 창업하고 최근까지 사무실로 썼던 강남역 공유오피스. ⓒ신진욱

◇ 직원 이야기

“현재 직원은 몇 명인가요?”

“정직원이 4명이었는데 정직원 2명과 프래랜서 2명으로 바꿨어요. 저희 서비스가 원더우먼을 프리랜서로 활용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회사도 핵심 멤버 빼고는 원더우먼 프리랜서를 활용하는 걸로 바꾸고 있어요.”

“제가 썬슈어를 경영하면서 했던 실수 중에 하나가 채용인 것 같아요. 스타트업은 방향이 계속 바뀔 수 있잖아요. A업무로 입사한 직원이 담당 업무가 계속 바뀌니까 자기가 도대체 무슨 업무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자기 커리어가 정확하게 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말하게 돼요. 업무의 전문성도 없죠. 정규직 채용보단 프리랜서 전문가를 활용하는 게 스타트업 현실에 맞는 것 같아요.”

“정부 목표는 정규직 일자리 창출인데 이 얘기를 들으면 싫어하겠네요.”

“직원을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뭔가요?”

“제가 보는 1순위는 일에 대한 태도입니다. 실무 레벨은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업무 스킬은 일하면서 배울 수가 있어요. 하지만 일에 대한 태도나 책임감은 가르쳐 줄 수 없는 영역이에요.”

“채용면접할 때 책임감을 파악할 수 있나요?”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어느 정도 얘기를 하면 그런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직원 한 명도 처음에 만나서 얘기하면서 이 사람은 진짜 책임감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래서 채용했는데 정말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대단하더라고요.”

“원더우먼에 지원하는 엄마들이 경단녀인데 다시 일하는 게 가능하겠냐고 물으면 저는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면 책임감이 커지고 상황 대처능력, 인내심까지 레벨업되니 일에서도 그 능력이 굉장히 잘 발휘될 수 있다’고 말씀드려요. 우리 사회가 엄마들의 이런 능력을 너무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젊은 MZ세대 직월들과 일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MZ세대들은 납득이 가야 일을 한다는 얘기를 하잖아요. 저는 그런 자세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일단 납득을 하면 부스팅돼서 엄청 열심히 하거든요. 저도 신입사원이었을 때 납득이 가야 일을 했고 상사가 무조건 하라고 하면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서 설득하고 왜 해야 되는지 알려주려고 노력하죠. 90년대생들의 장점은 이해가 안 가면 적극적으로 물어봐요. 왜 이걸 해야 되는지 질문을 굉장히 잘해요. 납득하게끔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젊은 직원들과 일하는데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대표와 직원이라는 위치의 차이가 분명히 있는데 직원들과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 CEO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대표는 나가서 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대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직원들이 알고 있는 게 중요해요. 대표가 진짜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직원이 먼저 ‘제가 도와드릴 일 없을까요’ 이렇게 물어봐요.”

“그리고 솔선수범하려고 노력해요. 저는 직원들에게 ‘제가 할 부분은 없을까요’라는 말을 많이 하고 협업해요. 대표가 먼저 일을 분담하겠다고 나서면 다른 직원들도 서로 돕는데 적극적으로 변해요.”

“또 한가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질문만 하고 제 의견은 마지막에 말해요. 처음에는 저도 말을 많이 했는데 그러다 보니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 않고 대표 생각대로 흘러가더라고요. 이제는 직원들 의견을 먼저 들어요. 하지만 결정은 빨리 하죠.”

“명함을 보니 대표님 영어이름이 ‘써니’던데 서로 영어이름으로 부르는 게 수평적 조직문화나 소통에 실제 도움이 되나요?”

“도움이 돼요. 제가 40대니까 직원들이 어려워서 자기 의견을 말 못할 수도 있거든요. 영어이름으로 부르는 게 그런 어려움을 없애 주고 직원들이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한 대표는 스타트업일수록 CEO가 모든 업무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개발업무를 알기 위해 밤새 코딩을 배웠다.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상태에서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직원 입장에서는 내가 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이 가장 중요합니다. 썬슈어만의 보상정책이 있나요?”

“회사가 성장하면 토스처럼 직원들에게 지분을 나눠줄 겁니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직원들도 보상을 받는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금전 보상뿐만 아니라 회사가 성장하면서 나도 같이 커간다는 성취감도 굉장히 중요한 보상인 것 같아요.”

“직원수가 적더라도 직원들 간의 능력 차이도 있고 태도의 차이도 있게 마련입니다. 조직 전체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직원이 있으면 어떻게 관리하나요?”

“창업 초기에 그런 직원이 있었어요. 3개월 수습기간을 있는데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았죠. 그런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 수습기간을 두는 게 중요합니다.”

“직원들에게 어떤 CEO가 되고 싶나요?”

“우산 같은 리더가 되고 싶어요. 직원들이 내부 일 하기도 힘든데 외부에서 오는 풍파는 제가 다 막아주는 든든한 우산 같은 대표가 되고 싶습니다.”

◇ 경영철학 및 미래 이야기

“요즘 ESG경영이 유행입니다. 스타트업에 ESG경영은 사치다 vs 해야 한다, 어느 쪽인가요?’

“스타트업은 ESG경영을 생존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SG경영을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라 회사를 생존 시키고 수익을 나게 하기 위한 하나의 비즈니스 도구로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기업은 ESG경영이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 필요하잖아요.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할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주제가 ESG경영입니다. 맘잡았다 서비스가 소셜밸류가 있는 만큼 대기업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꼭 필요한 도구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CEO가 갖춰야할 덕목이 무엇일까요?”

“마인드 컨트롤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엄마가 되는 것과 경영이 비슷해요. 감정대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것처럼 자기 감정에 휩싸이면 회사가 어려워질 수 있죠. 그리고 자기 자신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상황에 맞춰 변신할 수 있어야 돼요. 조직이나 직원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대표가 가장 먼저 바뀔 수 있어야 합니다.”

“창업 시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바꾸고 싶게 있나요?”

“파트너가 될 만한 사람을 좀 더 빨리 만나고 싶어요. 대표 혼자 능력으로 한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거든요. 공동창업자나 C레벨에 비전이 맞는 사람이 있으면 회사 경영이 안 좋아져 직원을 모두 줄이더라도 회사는 생존하고 재기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여성 맞춤형 커리어 솔류션이라는 사업방향을 확정했지만 만약 추진하다 보니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과감하게 피벗한다, 아니면 약간 전략을 수정해서 계속 해본다, 어느 쪽인가요?”

“계속해서 사업 계획을 짜봐도 생존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판단이 서면 당연히 피벗하는 게 맞죠. 하지만 우리가 이 구간만 어떻게 든 버티면 정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유지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중심축을 유지하는 스몰 피벗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썬슈어도 2년 동안 2번 피벗했는데 그런 변화는 계속해야 된다고 믿어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까지 새로운 매출과 수익원을 찾기 위한 사업 다각화가 붐입니다. 한우물 파기 vs 사업 다각화, 어느 쪽인가요?”

“사업이 일정 정도 성장하면 당연히 다각화를 해야죠. 하지만 전혀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건 반대합니다. 핵심사업에서 쌓은 데이터를 활용해서 확장할 수 있는 다른 서비스로 다각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처음 이용한 목적에 맞는 사업으로 확장해야 합니다. 고객의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거든요. 오히려 고객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도 있죠.”

대화에 심취해 스타트업 CEO를 위한 매칭 사업도 꼭 해보라며 어쭙잖은 코칭을 했다. 기자가 만난 거의 모든 스타트업 경영자는 창업팀을 꾸리는 게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을 했다. 딱 맞는 팀빌딩을 매칭할 수 있다면 니즈는 확실하다는 생각에 오버를 하고 말았다. 한 대표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서비스 확장성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썬슈어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하고 싶은 일 1순위가 무엇인가요?”

“여성 창업가 전용 엑셀러레이팅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저도 IR을 할 때 이 사업 자체를 이해하는 VC를 만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대부분의 VC가 남자고 투심위까지 올라가면 심사위원들은 전부 나이 많은 남자들이죠. 여성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 VC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투자금뿐만 아니라 여성 창업가에게 진짜 필요한 돌봄이나 가사 지원을 제공하는 엑셀러레이팅 회사를 만들 겁니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이거 하나만은 꼭 기억하라고 조언한다면?”

“저는 늦은 창업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요. 웬만큼 커리어를 쌓고 시작했기 때문에 자본금도 있었고 팀 세팅할 때도 좀 수월했거든요. 게다가 부딪히는 난관들을 헤쳐 나갈 힘도 있었죠. 그래서 경력이 아예 없이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께는 그 분야에서 어느정도 일을 해보고 시작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어요. CEO는 직원을 코칭하는 리더인데 업무 이메일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면 모두가 너무 힘들어져요.”

“요즘은 취업이 안돼 어쩔 수 없이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만약에 취업이 안돼서 창업을 한다면 프리랜서 경험이라도 해봤으면 좋겠어요. 진짜 창업을 생각한다면 눈높이를 좀 낮춰서라도 그 시장에 들어가 볼 용기가 있어야 해요.”

예비창업가가 꼭 새겨야 할 금쪽 같은 조언이다.

(주)썬슈어 한의선 대표가 대한민국 경력단절 엄마들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는 마지막 말을 하고 있다. ⓒ신진욱


한의선 대표는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기업 고객들을 발굴하고 프로젝트를 따오고 시스템을 잘 만드는 건 우리회사의 몫이고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런데 재능 있는 여성, 원더우먼들이 용기를 내서 다시 사회에 진출하는 결심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많은 여성들이 일을 쉬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의심합니다. 자기가 장벽을 만들고 있는 거죠. 저는 엄마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치가 굉장히 높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충분히 용기를 가져도 되고 과감하게 도전하시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경력단절에 포커싱해 테크 기반 커리어 솔루션 ‘피드온’을 출시한 주식회사 썬슈어 한의선 대표. 재능있는 여성들을 원더우먼으로 교육하고 경력단절의 장벽을 뛰어넘어 비상하도록 돕겠다는 당찬 도전은 목표를 향해 진격 중이다. '피드온'과 '맘잡(JOB)았다'가 대한민국 4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깜짝 높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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