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인터뷰 I "국악 부활의 그 날까지 몇 번이든 신명나게 사업할 것"

타악 연주자에서 국악 콘텐츠 프로모션 스타트업 CEO로 변신
"국설당을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드는 국악 플랫폼으로 만드는 게 목표"

신진욱 편집인 승인 2023.01.10 00:08 | 최종 수정 2023.06.15 22:05 의견 0

편집자 주 ‘좋은기업’으로 성장해 미래를 주도할 여성 경영자 100인을 릴레이 인터뷰하는 창간특집기획 ‘100인 미녀’. 옹골지게 사업체를 키워가고 있는 여성 경영자의 도전과 성공, 가끔은 실패했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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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설당 설현주 대표를 인터뷰하기로 결심한 건 뉴스 검색하다 우연히 본 국악카드 때문이다. 신박한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고집과 진심이 느껴졌다. 창업 아이템도 ‘패스트패션’처럼 유행을 타는 요즘, 국악 스타트업은 새롭다. 우리 눈 밖에 나 있는 국악이 K-뮤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11년간의 국악단 활동을 마치고 창업, 그리고 한번의 피벗을 거쳐 ‘국설당’이라는 국악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는 국설당 설현주 대표(38)를 만났다.

국악 감상에 특화된 미디어콘텐츠실에서 만난 국설당 설현주 대표. ⓒ신진욱

◇ 창업 이야기

언제, 어느 순간, 왜 지금의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는지 묻자 설 대표는 국악인생 이야기를 풀어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사물놀이 동아리를 하고 지역 풍물단에서 활동했어요. 학교 동아리방에는 변변한 악기가 없어 사과 박스, 배 박스 두드리면서 연습했죠.”

“왜 국악에 빠졌나요?”

“초등학교 때 사물놀이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었는데 치복 살 돈이 없이 포기했던 기억이 계속 남아 있었어요. 우연히 다시 만난 사물놀이를 또 놓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치복은 사물놀이할 때 입은 옷을 말한다. 바지 저고리에 조끼를 입고 삼색띠를 두른다.

설 대표는 2002년 고3때 지역 풍물단에서 열심히 공연을 다녔다. 학교성적은 좋았지만 대학 대신 풍물놀이를 하며 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같은 풍물단 선배에게 국악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얘길 듣는다. 딱 3개월 레슨 받고 단국대학교 국악과 타악전공에 합격한다.

“장구 2개를 어깨에 메고 왕복 5시간 버스로 레슨 받으러 다녔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한테 배웠는데 교수가 아니라 연습실이 없으니까 얼어붙은 분수 옆 야외정자에게 손이 터져 피가 나도록 연습했습니다.”

“레슨환경이 너무 열악했네요.”

“그것도 저에게는 레슨비가 너무 비싸 포기하려고 했어요. 언니한테 전화해 울면서 처음으로 돈 얘기를 했어요. 집안형편이 어려워 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S전자 생산직으로 입사해 다니고 있었거든요. 언니가 레슨비를 전부 내줬죠.”

풍물단에서 알아주는 실력자였던 설 대표는 실기시험에 나올 만한 곡을 전부 외웠다.

“운 좋게 한 번에 합격했어요.”

그는 운이라 말하지만 세상에 노력없이, 실력없이 오직 운만으로 되는 일은 없다.

합격의 기쁨을 누릴 여유가 없었다. 입학금과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다. 오부리 공연을 정신없이 다녔다. 오부리란 메인 연주를 받쳐주는 보조연주를 말한다. 결국 늑막염으로 쓰러졌다. 폐에서 페트병 2개 분량의 물을 뽑아냈다.

“의사가 19살에 과로로 쓰러진 사람은 처음 본다고 하더라고요.”

대학을 졸업하던 해 크라운해태 후원으로 창단한 ‘락음국악단’에 입단해 단무장까지 맡았다. 1년에 오부리 공연을 280번 다닐 만큼 열심히 했다.

설현주 대표가 공연에서 연주하고 있다. 국설당 제공


“건강이 안 좋아지고 체력이 달려서 연주자를 계속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죠. 하지만, 국악을 떠나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창업해 기획자로 살자 결심하고 국악단을 퇴사했습니다. 국악단을 그만두기 1주일 전에 서울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신청했는데 퇴사하는 날 합격통보를 받았아요. 운이 좋았죠.”

육성사업 교육기간 내내 열심히 배웠다. 전체 20팀 중 1등을 했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선정 3개월만 2018년 6월 1일 ‘레이블소설(小雪)’을 설립했다.

“사업하면서 사람 만나고 PT하러 다니는 게 재미있었어요. 잘되니까 신나고. 국악인들에게 음반이라는 프로필을 만들어주자는 게 사업 의도였지요. 돈이 많이 들지 않는 디지털 음반 제작에 초점을 맞춰 실력 있는 연주자들에게 음반을 녹음할 기회를 줬어요.”

“음반 제작에는 디자인비가 가장 많이 들어요. 비용을 아끼러 내일배움카드로 3주만에 포토샵1급 자격증을 따고 앨범 재킷 디자인은 전부 제가 직접 했습니다."

설현주 대표가 제작한 앨범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설당 제공


“창업하면서 공동 창업자와 트러블은 없었나요?” 이 질문에 그는 아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처음 창업했을 때 함께 했던 사람들과 결국 헤어졌어요. 악단을 그만둘 때 같이 사업하자고 제안해 줬던 건 지금까지도 고맙게 생각해요. 이미 국악계에서 잘 나가던 그들이 학연·지연·인맥 어느 것 하나 없는 제게 손을 내밀어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하지만 같이 하면서 어느 순간 사업 방향성에 대한 이견이 생겼고 3년만인 2021년 1월에 제가 독립해 국설당이라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공동 창업자 간의 의견충돌은 흔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과감한 갈라섬이 때론 서로에게 윈윈이 된다.

◇ 현재 경영 이야기

“국설당의 주력 사업은 무엇인가요?”

“음반제작에서 핵심은 콘텐츠 프로모션이에요. 국악도 크리에이터는 차고 넘치는 상황이거든요. 과거 레이블소설은 녹음실을 운영하면서 직접 제작을 하니까 회사 색깔에 맞는 콘텐츠에 집중했어요. 시야가 좁았죠. 이제는 제작은 안 하고 좋은 콘텐츠를 프로모션하는 컨설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받아들일 수 있어 좋아요.”

국설당은 국악 기획사, 국악 MCN, 국악 포탈이다.

“국악 콘텐츠 프로모션의 핵심은 뭔가요?”

“사람들이 많이 보는 곳에 콘텐츠를 던져주는 거죠. 국설당을 국악 플랫폼으로 만들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에요. 옛날에는 국악인들이 음반을 제작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지만 지금은 자기가 만든 콘텐츠를 알릴 방법이 없고 들어주지도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부기관이 아닌 민간기업이 오직 국악만 서비스하는 사이트는 국설당 플랫폼이 유일해요.”

“국설당이 국악카드를 출시했다는 기사를 본 게 인터뷰를 결심한 계기입니다. 국악을 알리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진심 같은 게 느껴졌거든요.”

“컨설팅 지원 사업 받을 때 피벗전략의 하나로 생각했던 아이템인데 시중에 이런 제품이 없더라고요. 어느 출판사에서 만든 건 가격만 비싸고 엉성해요. 디자인을 제가 직접 했습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다만 카드에 류파별 산조에 대한 정보가 들어가 있는데 내 류파는 왜 없냐고 항의 올까 봐 걱정입니다.”

국설당이 2022년 11월 출시한 국악카드. 국설당 제공


“1~10단계 중 사업이 지금 어느 단계쯤 와 있다고 생각하나요?”

“제가 그리는 사업목표를 기획하는 건 5단계쯤 왔는데 실제 경영상황은 이제 2~3단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죠.”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사들 상황은 어떤가요?

“국악계에서 메이저급이라고 할 만한 기획사는 서너 개 정도예요. 정부 지원사업이 주매출원이라고 할 수 있죠. 국악계의 전통인 도제 시스템이 국악지원사업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에요. 특정 파에 속하지 않은 국설당은 틈새를 공략하고 있죠. 우리회사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좋다는 국악인들도 계셔요.”

“충분히 준비된 능력 있는 CEO들이 사업에 실패하는 걸 많이 봤습니다. 운(運)이나 타이밍, 인간관계 등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사업성공에 훨씬 큰 요인이라는 말에 동의하는지?”

“그런 요소들이 사업에는 정말 중요하더하고요. 저도 인간관계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사업적으로는 타이밍이나 운이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가장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요?”

“자비로 2년째 ‘서울국악주간’ 축제를 하고 있어요. 가로수길 초입에 있는 빌딩 6층 루프탑에서 진행하는데 반응이 핫 해요. 애플매장과 콜라보도 했어요. 틀에 억매인 각본 없이 자연스러운 축제를 직접 기획했다는 자부심이 커요. 젊은 국악인들이 국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이 특히 좋았어요.”

국설당이 주최한 '서울국악주간' 축제 루프탑 공연 현장. 국설당 제공


“경영하면서 기뻐서 눈물 흘렸을 때가 언제였나요?”

“2020년 KBS 국악대상 출판 및 미디어상을 받았을 때가 가장 기뻤어요. 코로나-19로 시상식이 T방송되지 않아 아쉽긴 했지만 레이블소설을 창업하고 3년만에 큰 상을 받은 거라 눈물이 나더군요.”

2020년 KBS 국악대상 출판 및 미디어상을 수상한 설현주 대표. 국설당 제공


“회사를 경영하면서 슬럼프에 빠진 적이 당연히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요?

“제가 슬럼프를 이기는 방법은 정부지원사업을 하는 거예요. 지원사업을 하면 기한 내에 사업계획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안일해질 수 없어요. 도저히 나태해 지거나 슬럼프라고 느낄 겨를이 없어요.”

“스트레스를 푸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요?”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이 큰 성격이라 스트레스도 엄청 받아요. 그런데 스트레스를 못 푸는 성격이에요. 스트레스를 느끼지 못할 만큼 일을 하는 게 방법이랄까···”

“스타트업 CEO는 영혼을 갈아 넣어 죽기 살기로 일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일하면 죽는다고 혼내요. 대표가 번아웃되면 큰 일이니까요. 힐링하세요.”

“옛날엔 제주도에 혼자 가 아무 일도 안하고 가만히 있곤 했거든요. 그러면 참 좋았는데···. 요즘은 바빠서 떠날 시간이 없어요.”

기자의 눈엔 욕 먹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힘들어도 혼자 짊어지고 책임지는 그의 성격이 보였다. 설 대표는 이 날도 이명과 어지럼증으로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 직원 이야기

직원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대답하기 힘겨워 했다.

“지금까지 직원은 99% 국악 전공자를 뽑았어요. 국악을 좋아해 국악을 떠나지 못하는 후배들을 채용했죠. 그런데 대부분 엑셀, 한글 프로그램을 쓸 줄 모르고 부가세가 뭔지도 몰라요. 왜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냐는 직원도 있었어요. 기본 인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설 대표는 악기와 장비를 관리할 목적으로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하려다 직원 신고로 노동청에 고발당하기까지 했다.

“이번 달까지 7명까지 있었던 직원을 다 정리했어요.”

“그럼 회사는 어떻게 운영하시나요?”

“프로젝트가 생기면 다른 대표님들과 각자 잘하는 분야를 품앗이해서 일하고 있어요. 나머지 업무는 제가 직접 다하고 있습니다.”

설현주 대표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신진욱


일자리 창출이 지상과제인 정부가 보기엔 마땅치 않겠지만, 젊은 CEO들이 강점이 가진 영역을 나눠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HR은 모든 스타트업의 고민이다. 인재 찾기도 어렵도 직원 관리는 더 어렵다.

“그래도 곧 직원을 다시 채용해야 할 텐데···”

“인력관리 책임자와 직원을 동시에 뽑을 생각이에요. 저는 외부 업무에만 전념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어요.”

“행정이나 회계업무를 담당할 직원은 특성화고 졸업자를 채용하는 것도 고려해 보세요.” 기자가 줄 수 있는 작은 팁이었다.

◇ 경영철학과 미래 이야기

“만약 국악 콘텐츠 프로모션 사업이 더 이상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변신하실 건가요?”

“네, 당연히 과감하게 피벗할 겁니다. 음반제작에서 프로모션으로 이미 한번 변신했잖아요. 국악이라는 중심은 지키면서 필요하다면 사업 아이템은 얼마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CEO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을 꼽으라면 무엇일까요?”

“첫째 자기 스스로도 납득이 안되는 사업은 하지 말자, 둘째 현재에 매몰되지 말자.”

“스스로 비도덕적이란 걸 잘 알면서도 단기적 성과가 나오니까 쌈닭처럼 사업하면 결국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주변사람을 모두 잃게 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자기합리화에 매몰돼 현실에 안주하면서 절대 옆을 보려 하지 않는 대표들도 많이 봤어요.”

설 대표는 고궁에서 들리는 음악 중에 국악이 아닌 중국 악기곡이 꽤 있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당연히 몰랐다. 그는 돈이 되지도,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도 않지만 저작권 프리 국악곡을 매표소나 기관에 배포하는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욕심을 내려 놓으면 재미있게 회사를 경영하는 것도 재미있게 인생을 사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재미를 잃지 않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CEO가 되고 싶어요.”

설 대표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사업하지 않는 게 바로 ESG 경영이라고 정의했다.

“다시 창업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이것만은 바꾸고 싶다는 게 있나요?”

“더 일찍 국악단을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고 싶어요. 국악을 늦게 시작해 아쉬움이 컸는데 사업도 하루라도 빨리 시작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잘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타악기를 한번 때려본 사람과 백번 때려 본 사람은 실력차가 나게 마련이죠. 경험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지금도 초등학교 때 돈이 없어 포기했던 사물놀이를 그 때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에 선정됐을 때 저는 30대 중반이었는데 20대 대학생도 있더라고요. 놀라고 신기하고 부러웠어요. 그 친구는 어린 나이에 사업의 무대를 경험할 기대를 얻었잖아요.”

“국설당이 유니콘 기업이 될지는 하늘만이 알겠지만, 만약 된다면 꼭 하고 싶은 일 1순위는?

“건물 하나를 국악 공간으로 꾸며 운영하는 게 가장 하고 싶은 일입니다. 지하에는 녹음실과 연습실, 1층은 상설공연장, 2층은 굿즈 판매장, 3층은 미디어콘텐츠실로 인테리어해 국악인의 사랑방으로 만들고 싶어요. 국악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건 한 곳에 다 담은 공간. 그런 공간이 있으면 사람이 모일 테니까요.”

“창업을 꿈꾸는 예비 경영자들에게 선배로서 이것 하나만은 꼭 기억하라고 조언한다면?

“꾸준히 재밌게 하고 싶은 일을 사업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재미가 있어야 꾸준하게 할 수 있어요. 초반에 너무 힘을 들어가 한 번에 모든 걸 이루려 욕심내기 보다 힘을 빼고 재미있게 할 수 일을 창업하세요.”

마지막으로, 욕 먹을 각오하고 국악의 문제점과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고 주문했다.

“국악계는 바뀌기가 너무 어려워요. 40대조차 꼰대예요. 게다가 서로 배척하죠. 제가 2018년 디지털 음원을 제작할 때 욕을 많이 먹었어요. 스승보다 제자가 먼저 음반을 낸다는 건 국악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저는 국악이 음악 속에 들어와야 한다고 믿어요. 음악 속에 국악기가 포함돼 있으면 자연스럽게 국악을 듣게 되니까요. 국악이라는 이름에 억매이지 않고 ‘비오는 날 듣고 싶은 음악’이라는 플레이리스트에 국악을 담아 전달하는 시도를 하는 이유도 사람들에게 스며들기 위한 몸부림이죠.”

“IPTV에 들어가기는 국악 콘텐츠가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지만 국악계는 IPTV나 OTT에서 방송가능한 포맷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방법조차 몰라요. 정부나 산하기관이 이런 실질적인 지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신랄한 비판을 기대했지만 설 대표는 끝내 조심스러웠다. 비판보다는 국악계 모두가 국악의 미래를 함께 믿고 같이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했다.

적자생존의 전쟁터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냉혹함을 강조하는 기자에게 숨 고르며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를 잃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겠다는 그의 담담한 말들이 단단한 힘으로 다가왔다.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K팝의 성공처럼 국악이 K뮤직으로 사람들 귓속으로 들어오는 날이 과연 올까? 국악이 노회함의 자기 감옥을 탈옥해 음악 속에 섞이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간다면 그 날은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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