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동조합은 勞와 社를 이어주는 중재의 다리"

1월 취임한 박동일 대신증권 노동조합 위원장
노사문제를 대결과 경쟁이 아닌 화합·상생·동반성장으로 정의
"노조의 존재이유는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과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MZ세대 조합원들과 소통 위해 쿠킹클래스 열어
"노동조합을 위해 조합원이 희생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게 신념"

신진욱 편집인 승인 2023.05.25 09:09 | 최종 수정 2023.05.28 21:29 의견 0

새롭게 시작하는 인터뷰 코너 ‘만남’의 첫 손님은 박동일 대신증권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 우리나라 증권사에서 드물게 존재하는 기업노조 ‘대신노조’를 올 1월부터 이끌고 있습니다.

편집회의에서 노조위원장을 인터뷰하면 어떨까 말했을 때 정세이 편집국장은 완곡하게 반대했습니다. 한국경영자신문과 노조위원장 사이에 느껴지는 뭔지 모를 부조화를 걱정하더군요.

'노사'는 한 단어지만 노동자와 회사는 서로 반목하고 싸우는 사이라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습니다. 각자 파업과 해고를 무기로 제로섬 게임을 하는 적대적 관계라는 믿음이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죠. 하지만 무노조는 사측의 자랑이고 파업투쟁은 노조의 ‘전가의 보도’였던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노사의 단결을 원동력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ESG경영이 기업에 필수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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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일 대신증권노동조합 위원장을 인사동에 위치한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경영자신문이 정의하는 ‘좋은기업’의 세 가지 조건 중 하나가 경영진과 직원이 소통하고 서로 존중하는 기업입니다. 요즘 화두인 ESG경영도 노사의 화합에서 출발합니다. 그런 점에서 경영자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노조위원장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이렇게 만나러 왔습니다.”

“노조위원장에 출마한 계기와 핵심 공약은 무엇이었나요?”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선배의 권유였습니다. 노동조합 집행부에서 일을 하게 됐고, 노사협의회 직원대표에 선출되면서 직원들의 권익과 이익을 지키고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일하게 됐죠. 조합원과 주변 직원들의 출마 권유도 있었고, 좀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조합원 권익과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하고자 위원장에 출마하게 됐습니다.”

“노조 집행부를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조합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좀 부족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보고 듣고 소통해야 고충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노조위원장이 가장 중점을 두고 해야 할 일이 소통이라고 믿습니다.”

박 위원장의 핵심공약은 세 가지였습니다. △노동조합 조직 강화와 조합원 확대 △조합원 처우 개선 △회계 투명성 제고

“50대 중년남은 와이프 말씀에 복종해야 하는데, 출마하면서 허락은 받았나요?”

“제가 2017년 노조에 가입할 때부터 아주 달갑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했더니 조금 걱정을 하더군요. 하지만 항상 저를 믿어주는 스타일이라 잘 되라고 응원해 줬습니다. 요즘은 저녁에 집에서 가끔 맥주 한잔하면서 노동조합에 대해 얘기하고 조언도 구하고 있습니다.”

“제 와이프는 노조 위원장 출마한다고 하면 이혼서류에 도장 찍고 하라고 할 텐데 부럽습니다(서로 웃음). 보통 부부가 회사 업무로 대화하기 쉽지 않는데 노동조합 일은 흥미로운 공통 관심사가 될 수도 있겠네요.”

“대신증권은 복수노조라는데 설명을 좀 해주세요.”

“대신증권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대신증권지부가 공존하는 복수노조 체제입니다. 복수노조다 보니 서로 조합원 확보를 위한 경쟁관계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간 두 노조 모두 조합원수가 감소세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노조는 새로운 임원진이 출범하면서 올해 노조원수가 10% 넘게 늘었습니다. 현재 조합원은 167명입니다.”

대신증권지부 노조원 수가 대신증권 노조보다 많기는 하지만 대신증권 직원이 1500여명인 걸 감안하면 노조 가입률이 50%가 안됩니다. 박 위원장은 그 이유가 단체협상 약관에 계약직은 노조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계약직의 노조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권사들의 일반적인 노조 현황은 어떤가요?”

“대부분 증권사들은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소속 산별노조입니다. 기업노조가 존재하는 복수노조는 대신증권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노조는 출범 이후 계속 단체교섭권을 유지하고 있고 조합원들 간에 연대감이 좋아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신증권노동조합은 노사가 화합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대신노조는 노사상생을 통한 회사의 지속 성장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노사관계를 대립과 선악으로 몰고 가는 게 아니라 동반성장하는 파트너 관계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노조는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대상을 선정하고 대립관계로 몰고 가면서 결속력을 다지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박 위원장은 노사가 화합하고 윈윈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ESOP 제도를 꼽았습니다. 대신증권의 ESOP(우리사주신탁제도)는 회사입장에서는 우호세력 지분을 확보하고 근로자는 재산형성 기회와 장기근속 의욕 가져오는 노사상생문화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우리사주 조합원들이 안건 하나는 99% 찬성, 나머지 모든 안건은 100% 찬성한 것도 대신노조가 지속적인 성명서를 통해 우리사주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상생과 윈윈을 강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ESOP 제도로 직원들은 유상출연에 참여해 매수한 주식수만큼 무상으로 주식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상 주식은 1년이 지나면 매도할 수 있고 무상으로 받은 주식도 3년 후에 팔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즘 MZ세대 노조의 돌풍이 거셉니다. MZ세대 노조가 계속 성장할까요?”

“1,2,3 노조까지 있는 기업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단체교섭권이 없으면 동력을 잃게 되고 조합원들이 흔들리게 마련이라 노조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MZ세대 노조의 미래를 약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도 교섭권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접 교섭을 하지 못하고 대표 교섭권을 갖고 있는 노조에 의견만 제출하는 형태로는 노조가 성장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MZ세대 노조의 성장과 성공 여부도 결국 교섭권 확보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MZ세대 직원들을 포용하고 대변하기 위해 기존 노조가 어떻게 변신해야 할까요?

“최근 언론에서 회자되고 있는 MZ세대 노조의 주장을 보면 우리 노조가 추구하는 방향과 같아요. 노조가 오직 직원의 근로환경과 복지 향상에만 집중하는 것은 우리 대신노조가 원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MZ세대들은 양대 노총의 정치적 활동이 자신들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선거철에 노조 집행부가 정치인들과 사진 찍고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 순수해 보이지 않는 거죠. 결국 노동운동의 목적은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과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50대 위원장으로서 MZ세대 노조원과 소통하는데 세대차이를 느끼지는 않나요?”

“최근에 제가 회사 야구동호회에 가입했는데 고1 딸은 요즘 프로야구 관람에 빠져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야구에 관한 얘기로 매일 깊이 있는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나이와 세대 차이는 공통된 관심사로 극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난달에 젊은 조합원과 소통하기 위해 조합사무실에서 일일 쿠킹클래스를 열었습니다. 같이 생선초밥을 만들고 회를 먹으면서 대화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좀 어색하기도 했지만 밥을 주무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방 화기애애해 지고 재미있었어요. 이런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좀 더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이 말을 하면서 그는 젊은 노조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면 클럽이라도 같이 갈 기세였습니다. 물론 입장이 안되겠지만...

박동일 위원장이 쿠킹클래스에서 생선초밥 만드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박동일 위원장 제공

“지점 축소, 신규 채용 감소, 일자리 줄이기, 요즘은 AI까지 대표적인 화이트칼라인 금융업계 직원들의 근무환경이나 일자리 안정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노조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전반적으로 금융업계가 축소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10배 이상 성장한 금융투자회사도 있습니다. 금융업은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입니다. 대신증권도 10년 전에 명예퇴직을 시행했습니다. 그때 희생하신 분들 때문에 남아 있는 직원들이 혜택을 받는 것도 맞습니다. 조합원과 회사가 상호 인정하고 회사는 근로자에게 생산성만큼 정당하고 공정한 대우를 해 줌으로써 성장하는 것이 노사가 윈윈하는 길입니다. 대신노조는 이런 노사 상호작용의 중재자라고 생각합니다.”

노조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박동일 위원장의 생각은 분명하고 확고했습니다. 그는 노사관계를 대결과 경쟁이 아닌 화합, 상생, 동반성장으로 정의헸습니다. 회사는 성장하고 조합원은 근로조건이 나아지는 노사 상생과 윈윈을 위해 노(勞)와 사(社) 사이의 다리가 되겠다는 단단한 다짐이 느껴졌습니다.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와 복수노조인데 서로 관계는 어떤가요?”

“두 노조는 어떻게 보면 경쟁 관계이고 어떻게 보면 협력관계입니다. 직원들을 서로 노조에 가입시켜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노조가 없어지면 독점적 지위도 갖게 됩니다. 민주노총 안에서도 같은 금융권 소속 두 산별노조가 오랫동안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공존하다 최근에 통합된 사례가 있습니다.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는 노조도 이해득실 때문에 통합이 쉽지 않은데 지향점이 다른 두 노조가 서로 협력 또는 통합한다는 것은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노조원을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 대화하고 협력할 겁니다.”

“노조 가입률이 50%가 안되는데 대신증권노동조합에 대한 비노조원의 인식은 어떤가요?

“2014년 초에 대신노조와 지부가 비슷한 시기에 출범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합원 확보 경쟁이 있었습니다. 이런 경쟁이 비노조원의 눈에는 좋지 않게 비쳐진 게 사실입니다. 지금도 이런 경쟁이 있다 보니 좋지 않은 시선도 일부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신노조가 보여준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 성과에 비노조원들도 많은 격려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우리 노조가 더 노력해야죠.”

“노조위원장으로서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노동조합에 대한 정의가 있습니다. “근로자가 주체가 돼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라고 돼 있습니다. 근로자의 목소리가 약할 경우 사용자는 단기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더 많이 챙기려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우수 인력이 이탈해 회사의 이익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이 뒷받침되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임금이 장단기적으로 노사 모두에 이익입니다. 이런 문제의 조정자인 노동조합은 꼭 필요합니다.”

노동조합 현판과 나란히 선 박동일 위원장


“회사의 주인은 직원이라고 말하는 경영자가 있습니다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직원은 없죠. 위원장님은 회사와 조합원(직원) 중 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제가 옛날에 한번 노동운동과 정치에 관심이 많은 친구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단호하게 ‘회사가 더 중요하다’고 답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누가 더 중요하다는 선악이나 흑백논리로 접근하면 안 되는 문제인 것 같아요. 둘 다 중요하죠. 회사라는 조직은 결국 구성원인 직원들이 존재하고 그 직원들의 헌신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회사는 법인격이라는 말로 의인화됐지만 실체가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관습처럼 회사를 그냥 실재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는 ESG 경영, 인간중심의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인간인 직원이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좀 더 편하지 않을까요? 저는 당연히 조합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원이 잘 되야 노동조합도 잘 됩니다. 노동조합을 위해 조합원이 희생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게 제 신념입니다.”

“2014년에 출범한 대신노조가 올해 10년차가 됐는데 10년 뒤에 모습은 어떨까요?”

“그 때는 제가 만 60세가 넘기 때문에 회사를 떠났겠죠. 하지만 지금 10년 뒤에 모습을 생각하면 어깨가 무겁습니다. 우리 노조의 연령 구성이 40대 이상이 75%가 넘습니다. 노조가 10년 뒤에도 성장하려면 2030 조합원이 더 많이 가입해야 합니다. 현재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이런 인식을 같이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우리 노조 조합원이 지부보다 적지만 노조원수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추세를 이어간다면 10년 뒤에는 대신노조가 다수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경영진과 이야기가 잘 통하는지요?”

“인사노무 담당 임원과는 수시로 노사 관계에 대해 협의하고 있습니다. 제가 노사협의회 직원대표도 겸직하고 있어 대표이사님도 분기에 한 번 이상 뵙고 있는데 직원들 고충을 경청하고 반영하는데 적극적이시라 신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합원과 사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합원들을 생각하면 제가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더 많이 듣고 소통하자는 다짐을 합니다. 회사생활에 어려움이나 고민거리가 생기면 얘기할 상대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노동조합이 이런 문제에 해결창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혼자 고민하는 것 보다 나누면 큰 힘이 될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어느 조직이든 불만이나 불신이 있게 마련입니다. 나쁜 말은 더 빨리 퍼지고 더 강력하게 각인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긍정적이고 활기차게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직원들의 장점만을 보는 것이 노사상생의 시작이고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취임 5개월 차 새내기 노조위원장은 의욕과 열정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노조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비노조원에게 한 발 더 다가가려는 그의 고민과 노력이 차곡차곡 쌓여 3년 임기 막바지에는 노사를 잇는 튼튼한 다리가 완성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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