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칼럼 論 I SM엔터 인수전의 진정한 승자는 방시혁

12만원에 산 주식 15만원에 처분, 차익 1100억 넘어
명분, 시세차익, 적과의동침 모두 얻어

신진욱 편집인 승인 2023.03.25 13:39 | 최종 수정 2023.06.15 22:12 의견 0

하이브는 24일 "보유 중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지분 15.78% 전량을 카카오가 진행하는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처분금액은 5635억원이 넘는다. 처분목적은 "발행회사의 경영권 취득을 철회함에 따라 보유 지분의 공개매수 참여 후 일부 또는 전부 매도 결정"이라고 적시했다.

하이브는 지난달 10일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SM 지분 14.8%를 주당 약 11만9600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후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카카오와 지분경쟁을 벌여 왔다. 하지만 지난 12일 돌연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신 플랫폼 협력에 합의했다


하이브가 카카오의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전량을 매도할 경우 11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실현하게 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지난 15일 관훈클럽 초청 포럼에서 SM 인수와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2019년부터 SM 인수를 두 번 제안했다 거절당했는데 이수만 씨가 갑자기 지분인수 제의를 했다”는 것이다. SM 경영권 경쟁 과정에서 "시장이 과열되고 주주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전쟁으로 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SM 경영권 인수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기자의 눈에는 이번 SM 인수전이 방 의장의 치밀한 전략 승리로 들어왔다. 이수만 전 총괄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12만원 공개매수를 선언해 카카오를 자극하면서 반격을 유도하고, 물밑 협상을 통해 경영권은 포기하지만 플랫폼 협력 약속을 받아낸 과정이 섬세하고 촘촘히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흘러갔다.

하이브는 명분과 시세차익, '적과의 동침' 모두를 얻었다. 협력 약속이 공식적으로 알려진만큼 카카오가 먼저 등을 돌리기도 어려운, 자사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K-콘텐츠는 ICT 기술을 품은 플랫폼과 결합돼 더 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하이브는 이번 합의로 카카오의 플랫폼 기술에 자사 콘텐츠를 얹어 K-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할 교두부를 확보했다. 존재감과 실익을 동시에 챙겼다. 카카오의 초초함을 포착한 절묘한 한 수였다. 경영권은 카카오에 돌아갔지만, 최종 승자는 방시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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