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인터뷰 I "주차 콘텐츠 한우물을 끝까지 파겠습니다"

11년차 주차정보 앱 '파킹박' 운영사 와이즈모바일 박흥록 대표
날씨 정보로 시작한 모바일 콘텐츠 사업, 주차장으로 완성하겠단 결심
계약서 날인 일주일 앞두고 엎어진 대기업 투자 유치
창업하고 만 10년 살림살이 나아진 건 없지만 여전히 재밌고 즐거워
경영자의 필수덕목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과 미래비전 제시

신진욱 편집인 승인 2023.06.21 19:41 | 최종 수정 2023.06.21 21:29 의견 0

여의도에 ‘하루종일주차비’가 주말에는 6천원인 주차장이 여러 개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여의나루역 근처에 주차하려고 이면도로를 수십바퀴 돈 경험 있는 기자는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진작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인터뷰 ‘만남’의 두번째 주인공은 박흥록(52) 와이즈모바일 대표입니다. (주)와이즈모바일은 실시간 주자창 정보를 제공하는 어플 ‘파킹박’의 운영사입니다. 이용자는 주차장을 찾고, 빈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주차예약을 하고,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습니다. 2013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픈했으니 11년차 ‘장수앱’입니다. 4만6000여개 주차장 정보와 1300여개가 넘는 제휴할인 주차장이 있다고 합니다.

파킹박 로고. 와이즈모바일 제공

스타트업이 10년 넘게 한우물을 판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주자창 콘텐츠라는 사업 아이템에 초지일관하고 있는 그를 만나 창업과 경영, 미래비전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여의도 주말 6천원 주차장 정보도 대한민국 주차장 박사인 그가 알려 준 것입니다.

창업 이야기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원래 창업 아이템은 주차장 콘텐츠가 아니었습니다. 날씨 콘텐츠 앱이었습니다. ‘00웨더’라는 날씨 콘텐츠 회사에서 마케팅본부장으로 근무했습니다. IPTV, 네비게이션, 3G 휴대폰 업체에 날씨 콘텐츠를 공급했죠. 그런데, 2010년 KT가 우리나라에 아이폰을 들여옵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거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소 생각하던 모바일 사업을 해보자는 결심에 회사를 박차고 나와 2012년 4월 창업했습니다.”

박 대표가 회사이름을 ‘와이즈모바일’로 짓고 탄생시킨 첫 작품은 ‘오픈웨더’라는 날씨정보 앱이었습니다. SK텔레콤에서 개발비와 사무실 지원을 받아 만들었고, 시장에 내놓자마자 반응이 좋아 3개월만에 삼성전자로부터 러브콜을 받습니다. 삼성 스마트폰 운영체제에 들어갈 날씨 앱을 개발하기로 계약을 체결합니다. 하지만 사업에는 항상 운명의 장난이 있게 마련이죠! 결국 무산됐고 ‘오픈웨더’는 갈 곳을 잃고 맙니다.

“박차고 나왔던 00웨더를 뛰어 넘는 날씨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가 허망하게 무너지고 나니, 날씨에 대한 미련까지 없어지더군요. 그래서 날씨 다음으로 스마트폰으로 서비스하기 적합한 콘텐츠가 뭘까 정말 많은 고민과 서칭을 했습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게 미국의 짚카(Zipcar)와 우리나라에서 막 서비스를 시작한 쏘카였습니다.”

초반부터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흘러갔습니다.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카셰어링 사업을 계속 파보니 가장 중요한 게 주차장 정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국내에 주차장 정보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가 전무했어요. 무릎을 딱 쳤죠. 날씨 정보를 콘텐츠화해 돈을 벌었던 것처럼 주차장 정보로 승부를 보자 결심했습니다.”

“카셰어링 사업에서 주차정보라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낸 건 신선하고 대단한 혜안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과찬입니다.”

와이즈모바일은 ‘무료 주차 정보 파킹박’이라는 슬로건으로 2013년 12월 24일 파킹박 앱을 런칭합니다. 카피라이팅에 관심이 많은 기자가 보기에도 파킹박(ParkingPark)이라는 브랜드이름은 어감이나 직관성, 신선함 모두 좋았습니다. 그의 성씨가 ‘박’이라 가능한 작명이었습니다. 와이즈모바일의 홍보비 예산이 넉넉하다면 박찬호 선수를 모델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뇌리를 스쳤습니다.

“12년 노력으로 본부장 위치까지 올랐는데 퇴직하고 창업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00웨더 대표가 IPO를 위해 영입한 CFO와의 갈등도 창업을 결심한 동기 중 하나였습니다. CFO가 오랫동안 저와 손발을 맞춰 왔던 개발팀장을 상의도 없이 교체해 버렸어요. 개발팀장이 그만두고 6개월만에 저도 퇴사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창업의 나라가 돼 버렸습니다. 청년은 취업이 안돼, 시니어는 직장에서 밀려나 창업을 합니다. 대표님이 창업했을 때 가졌던 창업가정신은 무엇이었나요?”

“거창하게 창업가정신이라고 말하긴 뭣하지만,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2년 직장생활 때나 창업하고 10년이 지난 지금이나 매일 아침 회사 오는 게 재미있습니다. 창업하고 경제적으로 나아진 건 없거든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주차장 콘텐츠가 너무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오랫동안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창업한다는 창업가정신 아주 좋은데요. MBA 교재에 나오는 거창한 이론을 읊조리는 게 정답은 아니니까요.”

맞는 말입니다. 경영자는 사업에 건강·영혼·시간·돈 모두를 갈아 넣습니다. 그 열정이 오래 가려면 일단 하는 일이 재미 있어야 합니다. 재미만큼 강력한 동기부여도 없으니까요. 트렌드를 좆아 창업하면 금방 지치게 마련입니다.

“지금까지 사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나 사건이 뭐였나요?

“창업 초기에 날씨 콘텐츠 사업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외국계 회사의 한국 지사장이 투자하겠다며 사업 정보를 요청해 직원 한 명이 전담하면서 전부 번역까지 해서 넘겼는데, 결국 다른 회사와 MOU를 체결하더군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가 겪은 두번째 사건은 더 충격적입니다.

“2017년부터 2018년 사이에 국내 대기업 통신사 자회사와 투자에 합의하고 계약서 날인을 일주일 앞두고 중단된 일도 있었습니다. 소액주주를 정리하는 게 투자조건이라 클라우드 펀딩으로 투자했던 소액주주 35명을 모두 만나 주식매도 도장까지 받았는데 말입니다.”

“그쪽이 투자를 철회한 이유가 뭔가요?”

“그 회사의 다른 M&A팀이 국내 1위 보안업체를 인수했는데, 그 업체를 통해 주차장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면 되니 굳이 우리회사를 인수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것도 6개월 후에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파악한 겁니다.”

“그래서, 그 대기업이 인수한 보안업체를 통해 주차장 정보 서비스를 했나요?”

“아니요.”

“홧병 안 났습니까? 저라면 그 회사 앞에서 삭발하고 1인 시위하고 뭐든 했을 것 같은데요.”

“너무 분해서 친한 기자 두 분께 정말 미치겠다며 조언을 구했어요. 두 분 모두 대기업과 소송하면 2~3년 사업도 제대로 못하고 끌려 다닌다며 쿨하게 끝내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하더군요. 그래서 마음을 접었습니다.”

“후회 안됩니까?”

“아쉽긴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창업할 때 공동창업자는 없었나요?”

“00웨더를 나와 와이즈모바일을 창업하기 전에 자본금을 대겠다는 투자자와 공동창업 했다가 6개월만에 몸만 빠져 나온 안 좋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와이즈모바일은 혼자 창업했습니다. 일은 안하고 자금만 투자하는 사람과는 같이 창업하면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았죠.”

현재 경영 이야기

“창업한지 만 10년이 넘었는데 사업의 10단계 중 지금 몇 단계까지 왔다고 생각하나요?”

“파킹박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나 건수 변화,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절반은 넘어 6단계쯤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업한지 만 10년이 지나면서 예전과는 다른 사업의 인사이트가 생기더군요. 그걸 기존 사업과 어떻게 잘 엮어 사업의 단계를 높여 나갈까 고민이 깊습니다.”

“그럼 대표님이 생각하는 사업의 10단계는 어떤 모습인가요?”

“규모의 경제라고 부를 만한 스케일업이 이루어지는 게 10단계죠. 우리회사는 주차에 대한 로드맵이 있습니다. 주차 연계 서비스라고 부르는데, 주차장 정보 제공과 주차요금 할인결제 플랫폼인 파킹박에서 파생된 주차연계 카풀 서비스와 발렛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차 연계 카풀 서비스는 카풀 이용자가 차주의 주차비를 대신 내주는 개념입니다. 택시요금의 70%정도를 카풀 요금으로 책정하고 이용자가 결제하면 차주에게 적립해 줍니다. 차주는 적립금으로 주차비를 결제하거나 현금으로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카풀은 법적으로 평일 오전 7시에서 9시, 오후 6시에서 8시간까지만 가능합니다. 시간이 너무 제한적이죠. 그래서 두 번째 파생 서비스로 주차 연계 발렛 파킹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이나 호텔의 발렛파킹과 같은 개념입니다. 주차장을 찾기 힘든 도심 핫스팟에서 주차장과 연계한 발렛파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주차 로드맵의 마지막 단계는 주차장연계 카셰어링 사업입니다. 일본에 ‘파크24’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원래 주차장 관리업체였는데 벌써 12년 전에 카셰어링을 시작해 현재 업계 1위이고 수익성도 엄청나게 높습니다. 이유는 카셰어링 사업 원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차비가 들지 않기 때문이죠.”

“확실한 계획이 다 있군요.”

“창업하면서 불운했던 경험을 이야기 하셨는데, 대표님은 사업 성공이 직감·타이밍·운 같은 요소와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논리적·이성적 판단 중 어느 것에 더 좌우된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직감적인 부분이 조금 더 컸던 것 같아요. 감을 믿고 빠른 의사결정을 했던 게 10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10년 생존하다 보니 운 좋게 예상치 못했던 기회도 생기더라고요. 5년 전부터 SBS 연예대상 주관 대행사가 VIP 차량 주차비 결제 대행을 우리회사에 맡기고 있습니다. 모 백화점으로부터 이벤트 날 근처 주차장을 알선해 줄 수 있냐는 문의도 받았는데 해결해 드렸죠.”

와이즈모바일 박흥록 대표가 '파킹박' 앱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앱 첫화면. ⓒ 신진욱


“지금까지 사업하면서 기뻐서 눈물 흘렸을 때와 슬퍼서 눈물 흘렸던 때가 언제였나요?”

“파킹박 앱에서 주차권을 판매하는 주차장이 35개 될 때까지 1년이 걸렸습니다. 직원이 7~8명 있었는데 매출은 거의 없었죠. 의미 있는 결제건수가 나오기까지는 꼬박 1년 반이 걸렸습니다. 그 때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하고 그만 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한달 매출이 2억원 정도 됩니다.”

박 대표는 당시 의기소침해 하는 직원들을 “우리는 지금 빈 컵에 물을 계속 채우고 있는 중이다, 물이 다 찰 때까지 매출이 없는 건 당연하다. 물을 가득 채우기 위해 더 열심히 하자, 물이 차 넘치면 그때부터 결제가 나올 거다”라는 말로 다독였다고 추억했습니다. 한 달에 몇십만원의 마케팅홍보비를 쓰며 악착같이 버텨 낸 18개월이었다고 했습니다.

“주차장 관리업체는 우리를 동반자가 아니라 오직 마케팅 수단으로 여깁니다. 주차장 오픈 초기에는 무제한 판매권을 주지만 궤도에 올라서면 수수료를 아끼려 주차대수를 제한합니다. 그렇다고 아예 빼지도 않아요, 플랫폼에 노출은 계속 하려고. 생존을 위해 연계 서비스를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월주차 고객의 차량을 주차장 관리업체가 등록하지 않아 고객 불만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억울함을 이야기하며 그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슬럼프에 빠지게 마련입니다.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나요?”

“슬럼프의 원인은 매일 고민하는 돈인데, 중소기업 CEO는 슬럼프에 오래 빠져 있을 여유조차 없습니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게 아니라 슬럼프에 빠져 있을 여유가 없다는 그의 말이 대한민국 스타트업, 중소기업 경영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직원 못지 않게 CEO의 워라밸도 중요합니다. 업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나요?”

“산책, 독서, 멍 때리기 세 가지가 스트레스 해소법입니다.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은 여행을 떠나려고 노력합니다. 원래 가족여행이 컨셉이었는데 아이들이 수험생과 사춘기다 보니 부부여행으로 바뀌었죠. 조만간 혼자 여행으로 바뀌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박 대표는 집이 동탄이라고 합니다. 사무실은 뚝섬역 서울숲비즈포레입니다. 하루 출퇴근 운전시간만 4시간 걸리는데 차에서 볼륨 높이고 음악 들으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차가 막혀도 좋습니다. 그냥 음악만 나오면…”

운전하는 걸 좋아한답니다. 역시 주차장 콘텐츠 사업과 그는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와이즈모바일 사무실이 있는 서울숲비즈포레 입주사 회의실에서. ⓒ 신진욱

직원 이야기

“많은 중소기업, 스타트업 경영자들이 직원채용과 관리가 고민이라고 말합니다. 10년 동안 많은 직원을 뽑았을 텐데 면접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뭔가요?”

“업무 능력을 1순위로 보고, 그 다음 성실함을 봅니다. 성실하지만 업무 능력이 부족하면 같이 일하기 진짜 답답하더라고요. 물론 기본 인성이 전혀 아니면 아무리 업무능력이 뛰어나도 채용하지 않죠.”

“MZ세대 직원과 세대 차이를 느끼지 않나요?”

“채용면접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2~3년전부터 면접에서 제가 오히려 질문을 받습니다. 야근을 자주 하는지, 야근 수당이 있는지 등등. MZ세대는 할 일이 남아 있어도 퇴근시간이 되면 그냥 갑니다.”

박 대표는 그래서 직원 스스로 업무 스케줄을 짜게 한답니다. 합리적인 것을 좋아하고 개인주의가 강한 젊은 직원들의 스타일을 존중하면서 업무가 지연되는 걸 방지하는 그만의 직원 관리법입니다.

“직원으로서 MZ세대의 장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장점은 사장에게도 할 말을 다 한다는 것, 단점은 전체가 같이 하는 걸 싫어하고 본인의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박 대표는 MZ세대 직원 관리보다 급격히 오른 개발인력 인건비가 더 큰 문제라고 토로했습니다. 소수의 진짜 필요한 인원만 채용하고 나머지 업무는 아웃소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내 맘같이 일하는 직원이 없다고 말하는 CEO가 많습니다. 동기를 부여하고 열정을 끌어내기 위해 대표가 직원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지만 사장과 직원이라는 위치의 간극을 메꾸기가 쉽지 않은데 직원과 소통하는 나만의 비법이 있나요?”

“날짜를 정하기 않고 한 달에 한두 번은 직원들과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그냥 우리 오늘 경기도 어느 카페 가서 일하자 하면서 떠납니다. 밖에 나가면 직원들이 좀 더 자연스럽게 말을 하고 저는 듣게 됩니다.”

“유명한 한국계 미국인 투자전문가가 대표와 직원이 모두 한마음으로 일하다고 생각하지만 직원들에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보상·승진·징계라는 말을 했습니다. 공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보상·승진·징계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곧 긍정적인 회사문화를 형성하고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는 것이죠. 와이즈모바일은 보상·승진·징계 관련해 인사원칙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매달 성과측정 회의를 월말에 합니다. 그 평가를 바탕으로 6개월 단위로 급여를 조정합니다. 그리고 입사한 지 2년이 지나면 스톡옵션을 지급합니다. 또 입사 1년이 지나면 3박4일 휴가비를 지원합니다. 승진은 2년 후 대리, 4년 후 과장이 기본직급 체계입니다.”

“직원들에게 어떤 CEO이고 싶나요?”

“비전을 제시하는 CEO, 미래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는 CEO, 이 사람 밑에서 있으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올인하게 만드는 신뢰를 주는 CEO이고 싶습니다.”

경영철학과 미래 이야기

“요즘 ESG 경영이 화두입니다. 대기업이나 수백억 투자 받은 유니콘 정도 돼야 가능하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는 사치라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ESG 경영은 스타트업, 중소기업에 사치다 vs 필요하다 대표님 생각은 어느 쪽입니까?”

“지금 시점에서 ESG 경영을 하는 건 쉽지 않지만 준비는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설명했던 주차연계 카풀 서비스가 넓게 보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ESG 경영의 한 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SG 경영은 언젠가는 더 확대하고 지켜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CEO가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으로 무얼 꼽겠습니까?”

“첫째,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 지난 10년 넘게 급여를 늦게 주거나 퇴직금을 못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급여는 직원과의 약속이니까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미래에 대한 비전입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꾸준히 미래 비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경영자의 필수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지만, 과거로부터 배운 교훈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다시 창업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바꾸고 싶은 게 있나요?”

“저는 마케팅과 영업을 맡고 기술개발하는 CTO와 공동창업을 했더라면 창업 초기에 투입했던 리소스를 줄이면서도 빠른 개발과 매출 창출이 가능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유연하게 핵심전략을 수정하는 피벗이 스타트업의 강점이라고 하지만 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는 피벗이 매우 드물게 일어났고 기존 전략 위에 점진적으로 새로운 전략을 추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만약 주차장 콘텐츠 사업이 더 이상 아니다 라는 판단이 든다면 ‘피벗 vs 기존사업 유지 개선’ 중 어느 걸 선택하겠습니까?”

“주차장 콘텐츠 사업을 계속 할 겁니다. 제3자 눈에는 피벗을 해야 되는 상황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기존사업을 확장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주차장 콘텐츠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면 무궁무진하게 확장 가능합니다.”

“외국은 날씨 데이터를 활용해 날씨에 따라 지역별 주차요금을 탄력적으로 변동시키고 있습니다. 우리회사도 빅데이터 기반으로 주차장 요금을 탄력적으로 변동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가 밀집지역의 상가별 고객수 빅데이터를 이용해 부동산 가치 평가를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주차 수요가 많은 상가의 주차요금을 더 받는 프라이싱이 가능합니다. 차가 주차장 입구에 들어오면 드론을 이용해 빈 주차 공간으로 안내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입니다.”

주차장 관련 사업 아이템을 이야기할 때 그의 눈은 빛나고 얼굴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주차장이 없는 맛집과 제휴해 고객이 식당에 비치한 태블릿으로 근처 주차장을 확인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파킹박’을 경험하고 만족하면 앱을 자발적으로 설치하고 이용하리라 믿습니다.”

“10단계 카셰어링 사업에도 우리회사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있습니다.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무기가 가격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차가 아닌 중고차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일리가 있네요. 저도 공유차가 필요했지만 가격이 부담돼 포기한 적이 있거든요. 공유차량을 신차로 시작한다고 해도 두번째 이용자부터는 중고차를 타는 거잖아요. 성능만 좋다면 중고차로 가격을 낮추는 게 훌륭한 경영전략입니다.”

관심이 온통 주차장 관련 사업에 있는 그가 어떤 답을 할지 뻔히 예상됐지만 그래도 물었습니다.

“다각화 vs 한 우물 파기,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파킹이라는 한우물을 파면서 우물의 지름을 점점 넓혀 나가겠습니다. 상가별 부동산 가치 평가 모델이나 드론을 활용한 주차유도 시스템은 이미 특허까지 등록된 사업 확장 아이템입니다. 같은 주차장 안에서도 문콕을 피할 수 있어 선호가 높은 기둥이 있는 자리는 요금을 차등화하고 프리미엄 예약제로 판매하는 것도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파킹으로 끝장을 보겠다는 거군요.”

“네, 다행히 박씨라서 끝까지 가도 될 것 같습니다.”(같이 웃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꼭 하고 싶은 일 1순위는 뭔가요?”

“우선수위를 정하기 힘든 두 가지 계획이 있습니다. 제가 기독교인인데 교회들의 주일 주차난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게 주변 주차장 정보를 제공하고 평일에는 교회 주차장을 판매하는 솔루션을 완성도 높게 만들어 제공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주차 연계 물류 서비스입니다. 집과 회사 주차장을 루틴하게 오가는 차량을 이용해 택배 물량을 배송하고 그 택배비로 주차요금을 결제하는 사업도 해 보고 싶습니다. 와이즈모바일이 유니콘 기업이 된다면 그만큼 이용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니 이런 사업들도 추진하는 게 가능해질 겁니다."

사옥 신축이나 큰 자금이 필요한 신사업 추진 같은 답을 예상했는데 유니콘이 돼도 주차 우물을 더 깊고 더 넓게 파겠다는 그의 초지일관에 기자는 웃고 말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수많은 예비창업자들에게 창업하기 전에 이거 하나만은 꼭 기억하라는 조언을 해주세요.”

“바로 창업하기보다 1년에서 2년 정도 알바나 파트타임으로 그 업무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학생이라면 창업하려는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조직생활을 꼭 먼저 해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창업 아이템에 대한 업무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는 예비창업자라면 최소 1년은 버틸 수 있는 운전자금을 가지고 시작하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네요.”

2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면서 박 대표의 우직함과 진심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 속도와 과감한 변신을 추앙하는 스타트업계의 경영 트렌드와는 분명 결이 다릅니다. 경영 스타일에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CEO를 평가할 수 있는 건 오직 재무제표뿐입니다.

지금까지 한눈팔지 않고 주차 콘텐츠 한 길을 걸어온 와이즈모바일의 앞으로 여정이 슈퍼차의 스피드로 완성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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